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이혼소송 과정에서 불거진 ‘노태우 비자금’ 의혹 관련 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검찰은 공소시효 쟁점 등 수사 가능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다.
5·18기념재단은 14일 노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와 딸 노 관장, 아들 노재헌씨를 조세범처벌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재단은 “노 관장은 최 회장과의 이혼소송에서 904억원 비자금 내역이 적힌 김 여사 작성 메모를 법원에 제출해 비자금의 실체를 스스로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희규 한국노년복지연합회장 등도 노 관장 등을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사건을 범죄수익환수부에 배당했다.
‘노태우 비자금’ 의혹은 노 관장이 이혼소송 2심에서 ‘선경 300억원’ 등 비자금 내역이 적힌 김 여사 메모와 약속어음 등을 증거로 제출해 불거졌다. 노 관장 측은 ‘비자금 300억원이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에게 전달돼 기업 성장의 발판이 됐으므로 SK 주식도 재산분할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300억원 유입 사실이 없고, 약속어음은 오히려 SK 측이 노 전 대통령의 노후 자금을 약속한 증표였다고 반박한다. 2심은 노 관장 측 주장을 받아들여 재산분할액을 1심의 20배인 1조3808억원으로 정했다.
법조계에선 공소시효 만료 여부 등을 고려할 때 본격 수사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300억원 전달 시점으로 알려진 1991년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정 전이다. 다만 상속세와 관련해 조세포탈 혐의가 인정될 경우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21년 별세해 공소시효가 살아 있다는 해석도 있다.
앞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국세청에서 살펴보고 탈세, 조세포탈 등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수사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단순 미신고는 조세포탈 요건에 해당하기 어려운 만큼 검찰은 전반적인 사실관계와 법리 등 수사 가능 여부를 종합적으로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검찰 수사가 개시돼도 재산분할 문제를 다루는 이혼소송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가정법원 판사 출신 이현곤 변호사는 “가사 사건에선 재산이 합법적으로 형성된 것인지는 따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불법 재산이 맞는다면 양측에서 각각 환수하면 되는 것이라 이혼소송과의 연관성은 없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검찰 수사로 비자금 은닉 여부와 관련된 추가 사실관계가 드러날 경우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