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평양 상공에 출현한 무인기를 두고 “주권침해 도발”이라며 흥분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은 상습적으로 대남 무인기를 보내 적반하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북한의 허술한 방어체계 현실이 대외적으로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평양 상공에 무인기가 출현했다고 주장하는데 그 무인기가 어디서 왔는지 출처도 확인하지 못하면서 책임을 남측에 돌리고 있다”며 “우리 측으로 10여 차례 무인기를 보내온 책임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0년간 최소 10여번 무인기를 남한 상공에 띄웠다. 첫 무인기 도발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기도 파주, 인천 백령도, 강원도 삼척 등 접경지역 인근에서 북한 무인기가 추락한 상태로 발견됐는데, 군의 분석 결과 출발과 도착 지점 모두 북한으로 설정된 상태였다. 일부 무인기에서는 청와대 상공을 찍은 사진까지 나왔지만 북한은 끝까지 본인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2017년 6월에는 강원 인제에서 추락한 북한 무인기가 발견됐다. 북한 금강산 인근에서 출발했는데 경북 성주 사드기지와 강원 군부대 일대를 찍은 사진이 551장이나 들어 있었다.
2022년 12월에는 소형 무인기 5대가 우리 수도권 영공에 침투했다. 북한 무인기는 5시간 동안 한국 상공을 돌아다녔지만 당시 우리 군은 무인기 탐지에 허점을 드러냈고 요격에도 실패했다. 무인기 중 한 대는 비행금지구역(P-73)인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부근까지 들어와 군의 대공체계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이에 군은 레이더 등 감시장비를 강화했다. 이 실장은 “2022년 12월 북한 무인기 사태로 우리가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후 많은 국방예산을 투입하고 노력해서 그에 대한 대공체계와 연락·보고체계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군은 계속된 대남 무인기 도발 이후 대공체계를 강화한 우리와 달리 북한의 방공망은 허술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연일 대남 비난을 쏟아내는 것도 대공체계가 뚫려 혼란스러운 내부 상황을 다잡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이날 노동신문 1면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대남 비난 담화, 국방성 대변인의 대남 경고성 담화를 게재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평양 중심부인 노동당 본부 청사 상공까지 뚫렸기 때문에 관련 인물 몇 명이 처형됐을 수도 있다”며 “북한 내부가 굉장히 복잡한 상황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