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의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국민의힘을 향한 위협성 발언이 점입가경이다. 희한한 것은 명씨의 ‘묻지마 폭로’는 연일 쏟아지지만 여권의 대응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는 점이다. 명씨가 사실이 아닌 얘기를 계속 하는데 소극적 대응에 나서는 것도 문제이고, 만약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공당의 주요 선거와 의사 결정이 당밖 사람에 의해 좌우된 셈이어서 이 역시 논란이 될 수 있다.
명씨는 14일 CBS 라디오에 나와 2021년 6월부터 윤 대통령 부부와 연결돼 이때부터 6개월간 거의 매일 연락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연기만 하라’는 조언도 자신이 제일 먼저 제안했고, 윤 대통령과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 간 대선 단일화에도 자신이 중간 다리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특히 “내가 아직 대선 얘기는 하나도 안 했다. 하게 되면 다 뒤집어진다” “대선 뒤 (김 여사가) 인수위원회에 와서 사람들 면접 보라고 했다”는 등 윤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폭로도 이어갔다.
전 국민이 듣는 방송을 통해 제기되는 이런 황당한 주장에 가타부타 설명이 없는 대통령실이 의아할 따름이다. 명씨와 윤 대통령이 2번밖에 만나지 않았고 교류도 별로 없었다는 대통령실의 기존 해명이 틀리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는데도 말이다. 특히 대선 얘기를 하면 다 뒤집어진다는 것이나 법적 조직인 인수위의 면접관 요청 주장은 야당이 제기하는 ‘비선 농단’ 의혹과도 연결될 수 있는 사안이다. 이런 일에 대통령실이 미온적으로 대처하면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속히 국민들한테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한다.
명씨는 2021년 3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내 경선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6월 여당 전당대회에서 자신이 뒤에서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자신이 아니었으면 안 후보가 승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선 경선과 관련해선 지난주 나경원 의원도 “명씨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명씨의 선거에서의 역할과 관련해선 불법 여론조사 의혹이 제기된 만큼 철저히 규명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