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민(29)씨는 최근 참석한 한 찬양집회에서 마음이 불편했다고 했습니다. 찬양이 시작됐는데 적지 않은 참석자들이 각자 스마트폰 카메라(폰카)로 찬양팀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데 열중했다는 겁니다. 그는 “몇몇 참석자는 영상을 더 잘 찍고 싶어 카메라 구도를 찾느라 분주해 보였다”며 “집회 현장이 예배를 드리는 곳인지 인증샷을 남기는 곳인지 혼란스러웠다”고 기억했습니다.
찬양 중 폰카가 번쩍이는 모습은 주로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가 모인 집회에서 연출됩니다. 이들을 둘러싼 불편한 시선을 일부 정리하면 이런 내용입니다. “예배의 대상이 흐려진다” “예배가 아닌 화려한 연주에 빠져 있다” “다른 참석자들의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반대 논리도 있습니다. 은혜의 현장을 기록하는 게 무슨 문제냐는 겁니다. 폰카를 든 채 진실한 찬양을 올려드릴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들의 동기는 취재 현장에서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세대 집회에 가면 단골 질문이 있습니다. “같은 반 친구들은 공부하거나 번화가에서 놀고 있을 텐데 왜 교회에 왔느냐”는 질문입니다. 이때 열 명 중 예닐곱은 비슷한 답을 꺼냅니다. “찬양팀 보러 왔다”는 겁니다. “강사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싶어서” “기도하고 싶어서” “성령 충만해지고 싶어서” 같은 답변은 드뭅니다.
참석자들 생각만 상충하는 건 아닙니다. 찬양사역단체들 역시 서로 다른 방식으로 폰카 사용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다음세대 찬양사역단체로 알려진 위러브와 예람워십은 집회 전 서로 다른 공지를 하는데 위러브 찬양집회에선 사진·영상 촬영이 자유롭습니다.
박은총 위러브 대표는 14일 “젊은이들에게 휴대폰은 예배 문화를 누리는 하나의 도구”라며 “휴대폰을 꺼내서 전화나 문자를 하는 참석자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박 대표는 “회중에 따라 예배 분위기를 달리 조성하려 한다”며 “예를 들어 중장년층과 찬양할 땐 복음성가를 부르고 그에 맞는 곡과 예배 환경을 고려한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예람워십 대표 전혁 목사는 “집회 전 광고를 통해 ‘예배를 기록하기보단 기억하자’는 식으로 권면하고 있다”며 “대신 축도 이후 찬양을 한 번 더 진행해 함께 찬양하거나 영상과 사진을 남길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습니다.
찬양 도중 폰카 사용 논쟁엔 정답이 있을까요. 안덕원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예배학) 교수는 불쑥 세 인물을 소개했습니다.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와 장 칼뱅, 울리히 츠빙글리입니다. 루터는 민요를 차용한 찬송가로 교리를 전파했습니다. 반면 칼뱅은 “흥겹게 춤추는 데 빠져선 안 된다”며 단선율 시편 찬송만 허용했습니다. 츠빙글리는 “성경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이유로 파이프오르간을 제거했습니다. 종교개혁가들도 찬양 방식엔 생각이 달랐던 겁니다.
안 교수는 “찬양 중 폰카 사용은 정답이 없는 문제”라며 “다만 공동체 안에서 누군가를 비난하는 여론이 만들어져선 안 된다. 예배 참석자들을 지키기 위한 선을 제시하는 건 교회 공동체의 몫”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