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에 사랑의 결실을… 교회 곳곳 데이트·결혼학교

입력 2024-10-15 03:02
게티이미지뱅크

‘사랑하기 좋은 계절’ 가을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를 포기하는 ‘N포 세대’에게 연애와 결혼을 떠올리기엔 낯선 계절일 수밖에 없다. Z세대(1996년생~2009년생)에게 ‘삶에서 없어도 되는 것’을 물으니 ‘연인, 애인’을 꼽은 응답자가 4명 중 1명(24.5%)에 달할 정도다.

하지만 행복하고 건강한 사랑을 꿈꾸는 청년일수록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교회가 이에 응답하듯 크리스천 청년들을 대상으로 연애와 결혼을 준비할 수 있도록 2030세대 성도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이유다.

14일 교계에 따르면 서울 삼일교회(송태근 목사)를 비롯해 왕십리교회(맹일형 목사) 신반포교회(홍문수 목사) 수원제일교회(김근영 목사) 안산동산교회(김성겸 목사) 등은 수년째 10~11월이 되면 청년들을 위한 데이트학교, 결혼예비학교를 마련하고 있다. 연애와 결혼에 대한 현실적 고민을 나누는 동시에 성경적 본질을 제시해 주자는 취지에서다.

담임 목사나 청년부 담당 목사가 직접 강의에 나서는 교회도 있고, 전문 강사를 초빙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다음 달 결혼예비학교(22기, 3주 과정)와 데이트학교(7기, 4주 과정)를 진행하는 삼일교회는 정연득 서울여대 교수, 강진아 도봉구가족센터장 등 전문가들의 강연을 마련했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신혼부부 싸움 실습’ ‘슬기로운 쀼(부+부)의 재정’ ‘스킨십할 때 무슨 생각해요?’ 등 현실적인 조언을 제시해 주는 게 핵심이다.

신반포교회에선 지난 12일부터 결혼예비학교(35기)가 진행 중이다. 출석 성도가 아니더라도 ‘청년’ ‘예비부부’ ‘신혼부부’에 해당되면 수강할 수 있다. 수강생 중 대다수는 신반포교회 교인과 결혼을 앞둔 이성 커플인데, 결혼예비학교를 수료한 뒤 교회에 정착하는 사례도 있다.

교회 가정사역위원회 담당인 박기쁨 목사는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재정을 꼭 합쳐야 하느냐’는 예비부부들의 질문이 적지 않았다”며 “청년들의 실질적 고민을 결혼예비학교 과정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팬데믹과 엔데믹을 거치는 동안 건강한 소통과 관계 맺기에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도 연애와 결혼의 걸림돌로 꼽힌다. 크리스천 연애결혼 전문가 김숙경 사랑연구소장은 “가정 학교 등 일상적 공간에서 관계와 소통을 전문적으로 배울 기회가 어렵다 보니 연애와 결혼으로 이어질 확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과거에 비해 강의 요청이 부쩍 많아진 것은 물론 일회성이 아니라 3~4회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훈련을 요청하는 교회가 늘었다”고 전했다.

결혼예비학교 등을 준비하는 교회가 염두에 둬야 할 점은 뭘까. 김 소장은 체크리스트(그래픽 참조)를 제시하면서 “교회 청년들이 봉사와 헌신을 잠시 내려놓고 건강한 소통 능력과 관계를 회복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는 게 첫 단추”라고 강조했다. 이어 “연애·결혼학교 프로그램을 마친 뒤 교회 내 소그룹 모임을 통해 건강한 소통 문화가 이어지도록 이끄는 것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최기영 이현성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