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10명 중 9명은 은퇴 후에도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과 저축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수명은 느는데 노후 대비가 부족해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시니어 세대가 증가하고 있다. 정부의 연금 개혁안 논의에 맞춰 우리 사회가 정년 연장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이 성인 4056명을 대상으로 정년 후 근로 의향을 조사한 결과, 87.3%가 정년 이후에도 계속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특히 50대 이상에서는 95.8%가 정년 이후 근로를 원했다. 연금과 저축만으로는 생계가 곤란할 것 같아서, 추가 여유자금 마련을 위해서 등 노후에 불안한 경제 상황이 주된 이유였다. 현재 60세인 법정 정년 연장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4.1%가 연장해야 한다고 답했다.
내년이면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 노인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하지만 의료 발달로 기대수명이 늘면서 60세 이후에도 신체적으로 충분히 더 일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 출산율 저하로 인구가 줄면서 노년층의 노동력도 필요해졌다. 일 안 하고 쉬는 노인이 많아질수록 국가 생산성은 떨어진다. 올해 법정 정년 60세로 퇴직하는 1964년생이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는 63세다. 이를 고려하면 3년의 소득 공백이 생긴다. 이 공백을 메우지 못해 손해를 감수하고 국민연금을 앞당겨 받는 사람도 늘고 있다.
정부는 국민연금 의무가입 상한 연령을 현행 59세에서 64세로 늦추는 연금 개혁안을 검토 중이다.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가 늘어나면 그에 맞춰 일하는 나이도 늘려야 한다는 논의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지금이 정년 연장 논의 적기다. 이런 논의가 청년 일자리를 위협하지 않도록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를 성과급제로 바꾸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세 달 후면 닥칠 초고령 사회를 슬기롭게 맞기 위해 정년 연장 공론화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