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 프로젝트 펼치는 ‘다산 목사’… “자녀 키우는 게 가장 큰 행복”

입력 2024-10-15 03:07
이병천(오른쪽) 목사와 김하나(왼쪽) 사모가 지난 11일 부산시 부산진구 나드림학교 강당에서 자녀 이소원, 이나린, 이열매(왼쪽 두번째부터)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가정 안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고, 출산을 통해 생명의 기쁨을 누리는 것을 알리고 싶어 시작했죠.”

지난 11일 부산 부산진구 나드림학교에서 만난 이병천(53) 부산 큰터교회 목사는 ‘303 프로젝트’의 취지를 이같이 설명했다. 이 목사는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와 교회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2년 전 ‘30세 이전에 결혼해 3명 이상의 자녀를 출산하자’는 ‘303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자칭 ‘다산 목사’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아내 김하나(47) 사모와 함께 이기쁨(21), 이소원(18), 이열매(16), 이나린(12)을 키우고 있다. 이들은 세 자녀를 낳고 한 자녀는 입양해 총 네 자녀를 둔 다둥이 부모다.

이 목사와 김 사모의 만남은 대학 시절 부산CCC 간사와 학생으로 시작됐다. 둘은 함께 캠퍼스 사역을 하며 결혼까지 이르렀다. 이 목사는 “배우자를 두고 5일간 금식 기도하던 중 김 사모의 얼굴을 떠올리게 하셨다”며 “기도 응답을 받고 김 사모에게 직접 결혼 의사를 전했다”고 회상했다. 김 사모 역시 일주일간 기도하며 결혼을 결심했고, 두 사람은 같은 선교 비전을 품고 신혼여행도 선교지로 떠났다.

부부는 신혼 초부터 7년간 C지역에서 선교 활동을 하며 가정 중심의 신앙 가치와 중요성을 깨달았다. 낮에는 현지인들을 전도하고, 저녁에는 자녀들에게 말씀을 가르치며 가정의 소중함을 체험했다. 이 목사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것은 한 영혼을 하나님 사람으로 세우고, 믿음의 자녀를 낳아 키우는 것”이라며 “이 두 가지가 선교지의 목적과 목표가 됐다”고 말했다. 자녀 하나하나의 독특한 재능과 하나님 나라를 위한 쓰임을 생각하면서 자녀 양육이 하나님 나라의 중요한 일임을 확신하게 됐다는 것이다.

김 사모는 넷째를 입양한 경험에 대해 “입양은 가정 안에서 진정한 생명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큰 축복”이라고 강조했다. 부부는 결혼 초기부터 입양 장려 문화를 가진 부산 호산나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며 기도로 입양을 준비했고 나린이를 기쁨으로 맞이했다. 이 사모는 장이 약한 아기를 돌보던 중 누군가의 도움으로 특수 분유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던 일, 분유와 후원금이 다 떨어졌을 때 선교사의 방문으로 분유 두 통이 채워진 사연 등을 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처음 아이를 안았을 때의 기억과 그 포근함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가족으로 하나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우리가 치유받고 위로받았다”고 고백했다.

이 목사의 ‘303 프로젝트’는 젊은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통해 가정의 기쁨을 누리도록 장려하는 운동이다. 그 배경에는 6년 전 한국을 방문한 슬라브족 교회와의 만남이 있었다. 다산을 통해 러시아와 동유럽에서 부흥을 이룬 그들의 경험을 보고 이 목사는 가정 중심의 가치관 회복을 통해 한국 교회와 사회 전반에 생명과 가정의 가치를 확산시키고자 결심했다.

그는 “‘303 프로젝트’는 전 세대의 가치관 변화를 위한 회복 운동”이라며 “목회자부터 권사, 집사 등 전 세대의 생각과 문화가 바뀌어야 청년 세대도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세대가 성경적 가치관을 가지고 출산과 결혼을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저출산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김 사모도 “국가를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인 가정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가정에서부터 결혼과 출산에 대한 바른 가치관을 교육해야한다”고 전했다.

이병천 목사는 ‘303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교회와 가정에서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며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다. 그가 사역하는 큰터교회의 35가정은 평균 출산율이 2.4명이다. 그는 교회의 다음 세대에게 결혼과 자녀 출산을 미루지 말고 빨리 가정을 꾸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러한 가르침 덕분에 결혼에 무관심하던 청년들의 생각이 바뀌었고, 젊은 부부들도 세 자녀 이상을 계획하며 넷째 임신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그는 “주일학교 아이들에게도 ‘303 프로젝트’를 가르치며 어릴 때부터 기도로 준비하도록 돕고 있다. 다음 세대가 기도로 심어 열매를 맺길 바란다”고 말했다.

‘303 프로젝트’는 난임과 입양 준비 등 다양한 기도 제목을 품고 매달 정기적으로 기도 모임을 운영하며, 기도 응답의 사례도 있다. 이 목사는 “경남의 한 집사님이 열 번째 임신 당시 태아가 다운증후군과 심장병이 의심됐지만, 함께 기도한 결과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 잘 자라고 있다”고 전했다.

이 목사 부부는 자녀들의 올바른 신앙과 가치관 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가 이날 나드림학교를 찾은 것은 교사로 재직 중인 김 사모와 학생인 두 자녀를 데리러 오기 위해서였다. 현재 첫째는 졸업 후 군 복무 중이며, 둘째와 셋째는 재학 중, 내년에는 막내가 입학할 예정이다. 부부는 기독 대안학교인 나드림학교에서 자녀들이 말씀과 기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경험을 소중히 여기며 “선교지에서부터 지금까지 가정의 중심은 하나님이었다. 자녀들이 하나님을 의지하며 자라기를 소망하며 양육해왔다”고 말했다. 김 사모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예배와 말씀 생활을 통해 하나님을 개인적으로 만나는 은혜를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부산=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