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기대보다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빅컷’(기준금리 0.5% 포인트 인하) 단행 가능성이 더 낮아지고, 금리 동결론까지 나오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13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은 다음 달 연준의 금리 동결 가능성을 10.5%로 예상했다. 0.25%포인트 낮추는 ‘베이비컷’ 가능성은 가장 높은 89.5%, 빅컷 가능성은 제로였다. 이달 초까지 베이비컷 확률을 65.3%, 빅컷 가능성을 34.7%로 본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기대보다 느리게 완화되고 있다는 지표가 연이어 발표된 영향이 크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2.4%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8월 2.5%보다 0.1%포인트 하락하며 2021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시장 전망치인 2.3%보다는 높게 나타났다.
특히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오르며 예상치(3.2%)를 상회했다. 전월과 비교해도 0.3% 올라 예상치(0.2%)를 웃돌았다.
한편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망치보다 높았다. 지난달 29일~지난 5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5만8000건으로 전주 대비 3만3000건 늘었다. 지난해 8월 이후 1년 2개월 만에 최대다.
다만 고용시장 둔화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빅컷보다는 베이비컷 확률이 더 큰 상황이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증가에는 허리케인 ‘헐린’과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파업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연준의 이사들은 현재까지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존 윌리엄스 총재는 “이달 CPI 지수에 흔들림이 있지만 그동안 인플레이션이 꾸준히 둔화해왔다”고 평가했다. 시카고 연은의 오스탄 굴스비 총재와 리치먼드 연은의 토마스 바친 총재도 “물가상승률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럼에도 소수 금리 동결 의견도 존재한다. 애틀랜타 연은의 래피얼 보스틱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지표가 적절하게 뒷받침된다면 다음 번에는 기준금리 인하를 건너뛰는 것도 충분히 찬성한다”고 말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