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측 무인기의 평양 침투 주장을 대내용 관영 매체를 통해 연이틀 공개한 것은 내부 결속과 통제 목적의 조치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대남 강경 메시지로 내부 불만과 혼란을 통제하고 대남 적개심을 높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이다.
북한은 13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에 ‘온 나라가 통째로 분노의 활화산으로 화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수천만 우리 인민이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무자비한 보복 열기로 피끓이며 노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는 ‘괴뢰한국쓰레기들’ ‘한국괴뢰족속’ ‘미친개무리’ 등 남한을 겨냥한 원색적인 욕설과 비속어가 그대로 담겼다.
북한은 12일에도 노동신문, 조선중앙TV, 조선중앙방송(라디오) 등을 통해 남한 무인기 침투 주장을 보도했다. 통상 대북전단 관련 비판 담화 등은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해 왔는데 이례적으로 북한 주민 대상 채널로 대북전단 내용을 알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북전단 등 외부 정보 유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통제하려는 조치로 해석했다. 북한이 지난 11일 외무성 중대 성명과 함께 공개한 평양 살포 전단에는 ‘자기 배불리기 여념 없는 김정은’ ‘지옥으로 떨어지는 북조선 경제 상황’ 등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문구가 담겼다. 또 김 위원장과 딸 주애가 각각 스위스제 명품시계, 프랑스 명품패딩을 착용한 사진도 실렸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전단에 있는 내용 등 외부 정보에 동조하면 심각한 체제 혼란 세력으로 간주하겠다는 경고”라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적개심을 끌어올려 김 위원장이 내린 ‘통일 삭제’ 지시의 명분으로 삼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김정은은 남한과 두 국가로 가겠다는 확실한 의지가 있다”며 “이번 기회에 남한과의 전쟁 분위기를 높여 내부 체제를 결속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주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정치적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방부도 이날 입장문에서 “김정은 일가의 거짓 독재정권에 지쳐 있는 북한 주민들의 적개심이라도 이용해 보려는 노림수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무인기 비난을 통한 내부 결속은 효과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차 수석연구위원은 “북한 내부의 지지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는 적개심을 높인다고 해도 단결이 되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박준상 이택현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