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주변 겨눈 韓 “인적 쇄신”

입력 2024-10-14 00:10 수정 2024-10-14 00:10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2일 오후 부산 금정구 거리 일대를 걸으며 윤일현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와 유세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용산 인적 쇄신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자칫 당정 충돌은 물론 여권 내전으로 비화될 수 있는 대통령 인사권까지 건드리며 김건희 여사와 주변 인사들을 겨눈 것이다. 10·16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다독이는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 테이블에 김 여사 문제를 올리기 위한 의도적 압박 수위 높이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아직 침묵하고 있다.

친한(친한동훈)계는 “민심 전달이 여당 대표가 할 일”이라고 설명하지만, 이번 독대가 당정 관계 재정립의 기점이 되길 기대하는 기류도 읽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3일 통화에서 “대통령실 정상화가 국정 난맥상을 바로잡는 첩경이라는 데 별 이견이 없는 상황”이라며 “인적 쇄신은 그만큼 김 여사 관련 문제의 파급효과가 심각하고 엄중하기에 나온 발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 대표 발언은 결국 ‘한남동 라인’으로도 불리는 대통령실 안팎의 김 여사 주변 인사들 정리를 요구한 것이란 취지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9일 김 여사의 공개활동 자제 필요성을 언급했고, 그 이튿날에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두고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지원 유세 중에는 “김 여사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한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며 강도를 더 높였다.

여당 내부에서는 한 대표가 대통령실 인사 문제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한 데 대해 ‘선을 넘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반면 친한계는 윤·한 독대에서 김 여사 관련 문제의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 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다. 한 친한계 핵심 인사는 “조용히 독대만 기다리다가 빈손으로 돌아올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한 대표의 최근 발언들은 재보선 유세 현장에서 김 여사에 대한 우려를 민심으로 직접 확인했기에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여사 리스크’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현실적 처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통령 부부를 직접 겨냥한 비판은 최대한 자제하면서도 더 이상의 여론 악화를 막기 위해 나름의 적정선을 찾은 결과라는 얘기다. 국민의힘 한 지도부 인사는 “보수정당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의 강렬한 ‘탄핵 트라우마’가 있다”며 “김 여사 주변 인사들의 책임을 추궁하는 선에서 더 이상 분열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낸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오는 16일 재보선 결과가 윤·한 독대에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보수 강세 지역인 부산 금정이나 인천 강화 중 한 곳이라도 패하면 한 대표의 대(對)용산 발언권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재보선에서 이기고 독대 성과까지 내면 한 대표가 당정 관계 주도권을 가져오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자창 이종선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