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두고 검찰총장 지휘권이 박탈된 채 수사가 4년 넘게 장기화해 검찰이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건희 여사 처분을 앞두고 여당 일각에서 사실상 김 여사 기소를 압박하면서 검찰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이르면 이번 주 도이치 사건 연루 의혹을 받는 김 여사를 처분할 예정이다. 검찰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행위를 알았다는 직접 증거는 없다는 점에서 불기소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1일 “검찰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며 사실상 김 여사 기소 요구로 해석되는 발언을 했다. 검찰에선 ‘정치인의 발언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며 일단 법과 원칙대로 사건을 처분하겠다는 분위기다. 다만 명품가방 사건에 이어 도이치 사건도 불기소 처분되면 국민 반발이 거셀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명품가방 사건은 김 여사 처벌 조항이 없다는 점이 명백했지만 도이치 사건의 경우 김 여사가 주가조작 행위를 몰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도이치 사건 ‘2차 선수’로 알려진 김모씨는 과거 검찰 조사에서 ‘2011년 1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20만6000주를 블록딜로 판매했다가 김 여사로부터 항의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씨는 김 여사에게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게 얘기하라’고 했고 더 이상 김 여사의 항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회장이 어떤 말을 했는지에 따라 김 여사가 주가조작 행위를 알았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번 사건은 2020년 10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지휘권을 박탈한 뒤 지휘권이 회복되지 않았다. 한 대표도 법무부 장관 재직 시절 총장 지휘권을 회복하지 않았다. 주요 사건의 경우 대검찰청 지휘부가 일종의 ‘레드팀’ 역할을 맡아 보완이나 신속 수사를 지시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선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과정에 대검은 전혀 관여하지 못했다. 결국 윤석열정부 출범 후 사건을 신속·엄정 수사해 처분하지 않은 게 논란의 단초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검찰의 지휘·결재 라인에서 수사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무력화된 사례”라고 말했다.
여당 내 친한계를 중심으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판단을 맡겨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김 여사 측이 수심위 소집을 요청할 가능성은 작다. 또 수사지휘권이 없는 심우정 검찰총장이 수심위를 소집할 수 있는지를 놓고 또 다른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