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각각 부산 금정, 전남 영광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 깃발을 꽂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이긴 하지만 각자의 ‘안방’에서 패배할 경우 지도부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정구청장 선거는 야당이 내세우는 ‘정권심판’ 기류의 향배를 결정할 분수령이고, 영광군수 선거의 경우 민주당이 다른 야당들의 도전을 꺾고 호남 ‘큰집’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느냐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3일 “한 대표가 네 차례나 부산을 방문한 건 그만큼 절실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선거일 하루 전인 15일에도 부산을 한 번 더 찾아 마지막 지지 호소를 할 계획이다. 한 대표는 최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부산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도 ‘현재 판세로는 해볼 만하다’는 판단하에 금정 선거에 힘을 쏟고 있다. 14일에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출격해 야권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할 예정이다. 조 대표는 이날 “이 대표의 전화를 받고 14일 금정구청장 보궐선거를 지원하기 위해 금정구를 방문한다.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대의에 복무하기 위해 흔쾌히 부산에 간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지난 11~12일 진행된 사전투표율은 변수로 꼽힌다.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의 사전투표율은 20.63%로 나타났다. 이는 영광군수(43.06%), 전남 곡성군수(41.44%), 인천 강화군수(27.9%)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율(22.64%)보다도 낮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정부 지지율이 낮을 때 여당 성향 유권자들은 기권하는 경향이 크다. 여권엔 안 좋은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낮은 사전투표율은 중도층이 투표장에 덜 나왔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의 설화도 막판 변수로 부상했다. 금정이 고향인 김 의원은 지난 10일 전임 구청장이 뇌출혈로 숨져 치러지는 이번 선거를 두고 “국민의힘이 원인을 제공한 혈세 낭비”라고 언급해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은 “패륜적 언행을 심판해 달라”고 공세에 나선 상태다.
영광군수 선거는 조국혁신당에 진보당까지 가세하면서 야3당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사전투표율마저 역대 1위를 기록하며 민주당이 안심할 수 없는 형국이다.
민주당이 텃밭인 영광을 다른 야당에 내줄 경우 다음 달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사건 재판 결과와 맞물려 이 대표 리더십 위기가 수면 위로 오를 가능성도 있다. 향후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대표 일극체제에 대해 호남이 경고장을 던진 결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서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민주당이 본진인 영광을 잃는다면 11월 사법리스크와 함께 이 대표 리더십을 흔드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동환 정우진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