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는 낮췄지만 정부 재정 ‘바닥’… 내수회복에 쓸 예산이 없다

입력 2024-10-14 01:25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통화정책이 3년2개월 만에 완화 기조로 돌아섰지만 정부의 재정정책은 30조원 규모의 세수 펑크로 지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리 인하에 맞춰 재정이 ‘경기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작 정부 재정은 바닥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13일 “고금리 상황에서 한은은 향후 금리를 더 낮출 여력이 있지만 정부는 비축한 재정이 없어 사용할 카드가 없는 처지”라고 현 상태를 진단했다. 실제 정부는 올해 당장 29조6000억원에 달하는 세수 결손부터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야당 역시 지난 1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세수 부족으로 정부 지출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약 30조원의 세수 결손 중 기금 등으로 메울 수 있는 재원은 10조원 수준”이라며 “나머지 20조원은 세출 삭감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수 결손 대책을 묻는 질의에 “정부 내 가용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대응하겠다”고만 답했다.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도 국가채무는 지난 8월 기준 역대 최고치(1167조원)까지 늘었다. 윤석열정부 출범 첫해인 2022년 395조9000억원이었던 국세수입도 지난해 344조1000억원, 올해 337조7000억원으로 줄었다. 김 교수는 “건전재정으로 재정 여력이 비축됐다면 내수 회복을 위해 쓸 예산이 많겠지만 지금은 풀 수 있는 재원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는 반도체 수출 회복 등에 따른 내년도 세수 회복에 기대를 건다. 정부는 지난 8월 ‘2025년 국세수입 예산안’에서 내년 국세수입 예산을 올해(367조3000억원)보다 15조1000억원(4.1%) 늘어난 382조4000억원으로 편성했다. 특히 법인세수 전망치를 88조5000억원으로 올해(77조7000억원)보다 10조8000억원(14%) 높여 잡았다.

그럼에도 정부의 경제성장률 기여도는 더욱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NABO)는 지난 11일 ‘2025년 NABO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2.4%, 내년 성장률을 2.2%로 전망하며 “정부부문은 재정 지출 증가율 둔화로 성장기여도가 낮은 수준(0.5% 포인트)에 머무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금리 인하와 재정 지출이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효과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며 “수출과 설비 투자 등 민간부문이 관건”이라고 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