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서치센터 보고서의 고무줄식 목표가 변동에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장밋빛 미래를 내세우며 목표가를 연달아 높여 잡다가도 현주가와 목표가와의 괴리율이 높아지면 하루아침에 목표가를 폭포수처럼 떨어뜨리는 시장 후행적인 보고서를 내놓아 투자자를 혼란에 빠뜨린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10일 코스닥 게임주 ‘데브시스터즈’ 목표가를 10만원에서 30% 하향해 7만원을 제시했다. 3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 증권사는 7월 15일에는 8만8000원에서 10만원으로 목표가를 올려 잡으며 3분기 영업이익으로 419억원을 전망했다. 그러다 10월 보고서에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187억원을 전망했다.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 지식재산권(IP)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게임 제작사다. 올해 신작 게임 ‘쿠키런: 모험의 탑(이하 모험의 탑)’을 출시해 주가 상승 기대가 있었지만 2대 주주 컴투스가 보유 물량을 장내에 내다 팔고 예상에도 못 미친 흥행 성적 탓에 주가는 오르지 못했다. 데브시스터즈 주가도 올해 17.21% 급락했다.
시장에선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가와 실제 주가와 차이가 너무 벌어지자 목표가를 크게 낮춘 보고서가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11일 데브시스터즈 주가는 3만7050원으로 신한증권이 목표가를 30%나 낮췄음에도 여전히 목표가의 절반 수준이다.
증권사들은 분석 보고서 말미에 목표가와 실제 주가 차이를 백분율로 환산한 괴리율을 공시하게 돼 있다. 증권사가 추천 주식 목표가를 지나치게 높게 잡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하지만 목표가가 현 주가를 크게 웃도는 사례는 여전히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목표가와 현재 주가의 괴리율이 배 이상 되는 종목은 코미코 에스티아이 디케이티 3개였다. 주가가 지금보다 2~3배 이상 오를 수도 있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위축된 투자 심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하반기 들어 반등 없이 주가가 하락 중이지만 국내 증권가에서는 iM증권(옛 하이투자증권)을 제외하면 8월까지 목표가를 10만원 이상으로 상향한 보고서를 내놨다.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근거를 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못 짚은 보고서가 됐다. 증권사들은 9월이 되어서야 삼성전자 목표가를 하나둘 내리기 시작했다. 한 증권사는 삼성전자 주가 하락에 맞춰서 목표가를 만원씩 내리는 전망 보고서를 내 투자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