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리스크’ 삼성重·한화오션 웃고, HD현대 울상

입력 2024-10-14 02:03

올해 임금 교섭 및 단체 협약(임단협) 협상 결과를 두고 국내 조선 3사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임단협을 마무리하면서 파업 리스크를 해소한 반면 HD현대 계열 조선사는 여전히 강성 노조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HD현대의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수주 경쟁에서 밀릴 뿐만 아니라 한국 조선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꼽히는 ‘납기 지연 없는 건조의 신뢰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 계열 조선 3사(HD현대중공업·HD현대삼호·HD현대미포) 노조는 지난 9월부터 기본급 인상 수준을 놓고 사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들 노조는 오는 16일부터 3일 동안 모든 조합원이 부분 파업을 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18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종일 파업을 예고하며 사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한화오션은 지난 11일 전체 조합원 투표를 통해 노사 간 의견 일치를 이룬 임금 인상을 포함한 단체 교섭안을 확정했다. 사측은 생산 공정 안정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고 안도했다. 앞서 삼성중공업도 지난달 12일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큰 갈등 없이 합의안을 도출했다.

국내 조선 3사는 올해도 어김없이 파업 리스크에 직면했다. 각사 노조는 최근 수주 호황과 물가 상승 등을 근거로 대폭적인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이에 사측은 지난 몇년 동안 불황의 골이 깊었던 터라 단기적인 성과만으로 임금을 큰 폭으로 인상하기는 어렵다고 맞섰다. 한화오션의 경우 기본급 11만7404원을 인상하고 일시금과 상생격려금 370만원을 일괄 지급하는 수준으로 노사 합의안을 도출했다. 경영 상태가 정상화 되지 않았다는데 노사가 공감대를 만들면서다.

업계에서는 HD현대의 파업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수주 경쟁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 조선사들로부터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뿐만 아니라 납기를 준수한다는 업계 내 신뢰성까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HD현대는 선사들의 수요가 몰리며 약 3년 치 일감을 채웠다. HD현대는 이달 초 기준 총 185억9000만 달러(약 25조1243억원)어치의 선박 165척(해양 1기 포함)을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135억 달러)를 이미 넘겼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파업이 연말까지 이어지면 대규모로 수주한 선박들의 납기 지연은 불가피해진다”면서 “신뢰성이 깎이면 한국의 조선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