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로 변한 유럽교회에 한인 선교사 모인 까닭은

입력 2024-10-14 03:02
여의도침례교회가 개최한 ‘2024 선교사 회복의 콘퍼런스’에 참석한 한인 선교사들이 최근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여의도침례교회 제공

베를린침례교회(장원준 목사)는 2011년 여의도침례교회(국명호 목사)가 개척한 교회다. 독일에 파견된 1세대 간호사와 광부, 한인 교포, 유학생 등을 중심으로 꾸려진 교회는 베를린에서 자체 교회 건물을 소유한 한인교회로도 꼽힌다. 동시에 디아스포라 한인교회로서 독일의 재복음화 첨병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독일에서 선교사로 10년 넘게 사역한 장원준 목사가 맡고 있는 이 교회엔 60여명이 함께 교회 공동체로 활동하고 있다. 여의도침례교회는 최근 베를린 현지에서 베를린침례교회 설립 14주년 기념으로 ‘2024 선교사 회복의 콘퍼런스’를 개최했다고 13일 밝혔다.

국명호 목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베를린침례교회는 14년 전 조국 대한민국이 어려웠던 시절, 독일에서 간호사와 광부로 파견된 한인 교민과 유학생 등을 격려하고 이들이 영적으로 잘 세워질 수 있도록 개척한 교회”라며 “독일에서는 현지인 교회를 비롯해 한인 교회가 대부분 임대료를 내며 어렵게 사역하는데 베를린침례교회는 임대료 걱정 없이 사역할 여건이 된다. 유럽에서 영적인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박물관 교회’로 전락한 유럽교회의 재복음화를 위해 현지에서 고군분투하는 한인 선교사들이 선교의 소명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불가리아 알바니아 등 10개국에서 온 기독교한국침례회 해외선교회(FMB) 및 한국해외선교회 개척선교회(GMP) 소속 선교사 75명이 참가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유럽에서 사역 동력을 찾기 힘든 선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드문 일이었다. 2박 3일 일정의 콘퍼런스에서 참가자들은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1483~1546)가 가톨릭교회의 부당성을 비판한 95개 반박문을 게시한 비텐베르크 교회, 브란덴부르크 문 등 종교개혁지와 홀로코스트 참상을 확인할 수 있는 유대인 묘지 등을 탐방했다. 또 말씀과 기도가 있는 저녁 집회에서 은혜의 시간을 경험했다.

행사 기간 현지 일정을 동행한 국 목사는 교회 매매가 이뤄지는 유럽교회의 뼈아픈 현실도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독일을 비롯한 유럽교회는 노인을 제외한 현지인 성도가 거의 없다 보니 교회 매매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럽 곳곳에 흩어진 한인 디아스포라와 선교사들을 통해 유럽교회에 복음의 불씨가 다시 지펴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시작된 기독교 역사가 미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전해졌기에 유럽교회에 복음의 빚을 진 한국교회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콘퍼런스는 참가자들에게 위로와 격려, 도전을 주는 기회였다. 안대룡 체코 선교사는 “선교사들이 서로의 삶을 그저 이야기하고 고백한 것뿐이었지만 삶의 이야기로 함께하시는 하나님이 드러났고 하나님의 위로가 가득한 순간들이었다”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