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리 인하 효과 거두기 위해 정책 당국 역할 중요해졌다

입력 2024-10-14 00:30

한국은행이 3년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하며 긴축 기조를 전환했으나 당장 통화완화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움직임으로 당분간 대출금리 하락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고금리 와중에도 가계대출이 급증했던 그동안의 비정상적 상황이 이를 초래했다. 정부는 제한적 여건 속에서 금리 인하에 맞춰 경기의 군불을 때면서 부동산 시장·가계부채도 관리해야 하는 복합적 과제를 안게 됐다.

고물가와 고금리에 소비와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며 올 2분기 말 기준 저소득·저신용 차주 대출액은 1년 전보다 약 17조원이 늘었다. 취약 자영업자 연체율은 10%를 넘어섰다. 기준금리 인하는 이들에게 가뭄 끝의 단비 역할을 할 것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금리 인하로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 경감액은 연간 약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부동산 열기가 여전히 뜨거운 상황에 따라 금리 인하를 자주 펼칠 수 없는 게 문제다.

당국 규제에도 지난달 시중 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추석 연휴를 제외하면 하루 평균 3900억원이 넘는,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 이창용 총재가 “매파적 금리 인하”라며 추가 인하 가능성에 선을 그은 것도 집값 상승 등 금융 불안 우려가 여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더 내리려면 부동산 시장 안정이 선결과제가 됐는데 이는 정책의 엇박자라는 뜻밖의 상황을 마주하게 한다. 기준금리 인하 발표 당일인 지난 11일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는 최대 연 5.780%로 3개월 전(최대 연 5.294%)보다 되레 높아졌다. 금융 당국의 대출 관리 압박에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인상하자 벌어진 일이다. 당국은 15일에도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관계자들을 만나 부채 관리 강화를 주문할 방침이다. 기준금리 인하가 취약 차주의 대출 금리를 낮춰 이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함인데 이런 효과가 지금 작동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부 정책의 실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지난 1~2년 고금리 시대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가계부채를 줄였는데 정작 우리는 저금리 정책 대출 남발, 대출 규제 연기 등 포퓰리즘적 대책을 운영하며 부채를 키웠다. 뒤늦게 대출을 억제하면서 기준금리를 낮췄으니 다른 나라처럼 효과를 온전히 누리기 쉽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부동산 안정 기조를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부가 다른 방식으로 푸는 수밖에 없다.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과감한 재정 동원이 어려울지라도 불필요한 지출을 어떻게든 줄여 그 여력을 경기 회복의 마중물로 삼아야 한다. 자영업자들을 위한 맞춤형 대책, 규제 완화를 통한 일자리 확대 등 소득 창출을 위한 대책도 속히 동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