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사전투표율이 8.2%에 그쳤다. 함께 실시된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20.6%)나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43.0%) 등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이대로라면 전체 투표율도 직선제 도입 초기(15%대)에 버금가는 저조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부터 지방선거와 함께 치렀기에 투표율로 나타나지 않았던 무관심의 실태가 수치로 드러나는 셈이다. 투표장에 나온 유권자들의 말은 ‘깜깜이 선거’란 오명의 실체를 재확인했다. 의무감에 투표는 하지만 “후보나 공약은 모른다”는 사람이 많았고, “굳이 시민들이 교육감을 뽑아야 하느냐”며 회의론을 꺼내는 이들도 있었다. 사전투표 전날까지 후보 간 토론회조차 제대로 열리지 않아서 극히 빈약한 정보로 광범위한 무관심 속에 백년대계 교육 수장을 뽑게 됐다.
유권자의 외면 속에서 교육감 선거는 보수-진보 진영 대결의 장으로 변질된 지 오래됐다. 정치색을 배제하려 정당 공천을 차단했는데, 너도나도 ‘보수 후보’ ‘진보 후보’를 내세우는 통에 더 노골적인 진영 선거가 벌어져 왔다. 진영이 거의 유일한 선택 기준이다 보니 후보 단일화가 승패를 좌우하곤 했다. 이번에도 보수를 표방한 후보들이 먼저 단일화하자 진보 후보들이 사전투표 도중 단일화를 선언하며 맞섰고, 이에 보수 후보가 제3 후보에게 또 단일화를 제안하는 형국이 펼쳐졌다. 이처럼 정치공학이 난무하는 현실은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돼야 할 선거를 네거티브 진흙탕으로 만들어버렸다. 재산과 가족 문제, 심지어 후보의 학창시절 폭력 의혹까지 끄집어내 서로 공격하고 있다.
이렇게 그들만의 진영 선거로 당선되는 교육감은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서울시교육감은 연간 12조원의 예산 집행권과 교원 5만명의 인사권을 행사하며, 아이들 미래가 걸린 교육 시스템을 좌우하고 있다. 그 힘을 차지하려 불법 선거를 일삼고, 그 힘을 위법하게 휘두르는 통에 직선제 서울시교육감 4명 전원이 사법처리 됐다. 교육감 직선제는 실패한 제도다. 교육 자치의 취지가 실종됐고, 무엇보다 교육적이지 않다. 이제 바꿔야 한다. 광역단체장이 임명하거나 광역단체장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하는 식의 여러 대안이 거론돼 왔다. 국회에 관련 법안도 제출돼 있다. 교육을 위해, 아이들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님을 이번 선거가 웅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