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자발적 예배 운동 후끈… 한국판 ‘애즈버리 부흥’ 불붙나

입력 2024-10-14 03:00 수정 2024-10-15 10:13
연세대 기독학생들이 지난 9일 서울 신촌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연세연합예배 도중 일어선 채 기도하고 있다.

‘우리가 예배를 세우자.’

세속화 물결이 거세게 밀려드는 대학 캠퍼스에 재학생을 중심으로 한 예배공동체 세우기 운동이 눈길을 끌고 있다. 작은 기도모임이나 일회성 연합예배, 정기 채플 행사를 뛰어넘은 움직임이다.

기독교를 배경으로 한 미션스쿨뿐 아니라 일반 사립 및 국립대에서도 기독학생을 축으로 한 예배 모임이라는 점에서 주요 캠퍼스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한글날이자 휴일이었던 지난 9일 오후 6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는 ‘재건’을 주제로 연세연합예배가 진행됐다.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콘서트홀의 예배는 뜨거우면서도 간절함이 전해졌다. 어떤 이는 두 손을 높이 든 채로, 또 다른 이는 굵은 눈물을 흘리며 찬양을 하고 또 기도의 불꽃을 모았다.

이 같은 예배 분위기는 지난해 초 전 세계를 감동케 한 미국 애즈버리대 부흥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지난해 2월 8일 미국 켄터키주 윌모어의 애즈버리대에서는 채플 이후 24시간 예배와 기도가 보름 가까이 이어졌다.

이러한 소식이 꼬리를 물고 전해지면서 당시 미국 전역과 전 세계에서 수만명의 인파가 학교를 방문해 함께 예배와 기도에 동참했는데, 특징은 학생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시작된 연세연합예배는 사실 18년 만에 재개됐다. 지난해 예배를 끝으로 다시 사라질 뻔했으나 올해 이어서 개최될 수 있었던 건 학생들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연세대 기독학생연합회(연기연) 회원 47명은 전도·홍보·미디어·진행·중보기도 등으로 팀을 나눠 5~6개월간 예배 기획부터 진행까지 꼼꼼하게 준비했다.

행사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지역교회를 찾아다니며 기도와 후원을 부탁하기도 했다. 연기연 대표 김예승(22)씨는 “캠퍼스 안에 하나님이 살아계신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하나님이 이 캠퍼스에 관여하고 싶으신 마음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서 예배를 세우고자 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영적 갈급함에 대한 젊은 세대의 심정을 느낄 수 있었다. 연세대 어학당에 다니고 있는 인도네시아인 이란나(21)씨는 “기도와 찬양을 하고 싶어 쉬는 날이지만 혼자라도 이곳에 왔다”며 “한국에 오고 난 후 예배드리고 싶었던 영적 갈증이 해소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 강당에서 재학생들이 지역교회와 함께 연합 집회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인기청 제공

앞서 지난 3일 인천 인하대 하이테크 강당에서는 재학생들로 꾸려진 인하대 기독인연합회(인기연)와 10개 지역교회 청년들이 함께 예배를 드렸다. 이 모임에서는 인천 지역의 다음세대와 캠퍼스 복음화를 목표로 활동 중인 인천기독청년연합회(인기청)가 가교 역할을 했다.

인기청 대표 김태원(28)씨는 “인천에 있는 6~7개 대학의 연합 기독교동아리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교회가 아닌 청년이 중심이 돼 이들과 연합하고 비전을 나누는 예배를 세우고자 했다”고 밝혔다.

인기연 회장 전성근(24)씨는 “미션스쿨이 아닌 이상 캠퍼스에서 예배를 드린다는 개념이 점점 사라지는 추세”라며 “이러한 상황에서도 학생들이 예배를 세우기 위해 연합하고 있다. 학기마다 예배 드리는 인원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경남 진주 경상국립대에서는 학생 중심의 자발적 수요예배가 5년 넘게 이어져오고 있다. 2010년 한 교수로부터 시작된 예배는 점차 학생들이 예배 간사로 자원하면서 자연스럽게 학생 주도 예배로 자리매김했다. 지금은 인근 진주보건대, 진주폴리텍 등 진주지역 캠퍼스를 중심으로 모이며 매주 50명 이상 출석하는 연합예배로 성장했다.

글·사진=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