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최대 도시인 텔아비브의 고층 빌딩을 겨냥해 9·11 테러와 유사한 공격을 구상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하마스의 비밀문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기 수년 전부터 이란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동참을 지속적으로 설득해온 정황도 포착됐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군이 지난 1월 가자지구 칸유니스의 하마스 지휘소에서 발견한 문서를 입수해 그 내용을 12일(현지시간) 공개했다. NYT는 문서가 30페이지, WP는 59페이지였다고 밝힌 것을 보면 각 언론사가 상이한 문서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WP는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이란에 대한 반격을 검토하는 시점에 문서 공개 결정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WP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스라엘 공격 목표물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텔아비브 고층 건물을 타격하는 방안을 한때 검토했다. 이스라엘 마천루 중 두 번째로 높은 모셰 아비브 타워와 다섯 번째로 높은 아즈리엘리 센터가 목표물로 언급됐다. 아즈리엘리 센터를 공격할 경우 인근에 위치한 이스라엘 국방부 청사를 함께 파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담긴 문건도 있었다.
하마스는 위성 이미지와 드론 정찰, 소셜미디어 사진 등 1만7000여장 규모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공격 계획을 수립했다. 데이터베이스에는 이스라엘 공군기지와 군 시설 위치,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 경유 여객기의 항로를 담은 자료도 있었다. WSJ에 따르면 예루살렘 국회의사당을 점거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다만 고층 빌딩은 파괴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결국 채택되지 않았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공격 직전까지 이란과 헤즈볼라를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다. NYT에 따르면 하마스는 원래 2022년 가을에 공격을 시작하려 했으나 이란과 헤즈볼라를 설득하기 위해 미뤘다. 하마스는 지난해 7월에도 이란군 고위 관계자에게 이스라엘 주요 시설을 공격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란 측은 “이란과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공격에)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준비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WP에 따르면 2021년 6월 가자지구의 하마스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 등 수뇌부는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포함한 이란 지도부에 현금 5억 달러(6750억원)와 하마스 대원 1만2000명의 훈련 지원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성스러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단 1분, 단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고 썼다. 하마스는 5억 달러를 2년간 매월 2000만 달러씩 나눠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이란은 그간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유엔 주재 이란대표부는 “(하마스의 공격에) 이란과 헤즈볼라를 연루시키려는 주장은 믿을 수 없고 조작된 문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