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당 이익 3억 챙기고 과태료는 3분의 1 낸 증권사

입력 2024-10-14 02:42
국민일보DB

메리츠증권이 3억원의 부당 이익을 거둔 뒤 이익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 과태료만 낸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 당국이 불공정 거래에 대한 제재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여전히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A자산운용과의 ‘잔액인수계약’ 체결로 3억원을 부당하게 챙긴 사실이 적발된 뒤 9300만원을 과태료로 부과받았다.


메리츠증권은 추가 투자가 필요가 없는 사모펀드에 투자한 후 수수료 명목으로 두 차례에 걸쳐 3억원을 챙겼다. 단독 출자자에 의해 해지될 위기였던 해당 사모펀드는 투자하겠다는 기관 투자자가 등장해 추가 투자가 필요 없었다. 그럼에도 메리츠증권은 펀드 판매사 지위를 앞세워 투자한 후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았다.

이는 ‘투자중개업자 등이 단독펀드 해지 회피 목적으로 증권을 매입하는 행위’와 ‘부당한 재산상 이익을 수령하는 행위’로 자본시장법상(제71조) 불건전 영업 행위에 해당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메리츠증권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과태료가 부당 이익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건 현행 자본시장법상(제449조 등) 과태료 상한이 1억원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이와 관련한 비판이 일었지만 여전히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2년 9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 역량 강화 방안’에서 “불공정 거래의 주된 유인은 경제적 이익 추구인 바, 불법 이익을 박탈하는 금전적 제재가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메리츠증권을 포함해 지난 한 해 국내 증권사의 불건전 영업행위 적발 건수(조치요구일 기준)는 8건이었다. 메리츠증권이 6건이고 IBK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1건이었다. 8건에 대해 세 증권사가 낸 과태료는 27억3500만원이다. 올해는 5건, 2억85000만원의 과태료가 납부됐다.

김 의원은 “반복되는 불법 행위의 배경엔 ‘과태료 내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며 “국민이 금융 당국을 신뢰하지 못하게 되는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