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대지에 농축산용수 시설… 생명의 희망을 파종하다

입력 2024-10-15 03:08
월드비전은 우기에 모은 물을 장기간 마르지 않게 보관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저수지를 설치해 사시사철 주민들에게 농목축업 용수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3일 케냐 날라파투이 저수지에서 가축들이 물을 마시고 있다.

끝도 없는 갈증이 대지 위로 펼쳐진다. 아프리카 케냐의 북서부 투르카나 지역, 메마른 땅 위에 내리쬐는 태양은 모든 생명체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몇 년째 이어지는, 비가 오지 않는 날들은 주민들의 삶을 말라붙게 한다.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은 300만 명 이상의 주민들을 심각한 식량 부족 상태로 내몰고 있다. 투르카나의 사람들은 이제 하늘을 올려다보는 대신, 거친 땅을 굽어보며 한 줌의 물을 찾고 있다. 그들에게 물 한 방울은 삶과 죽음의 경계선이다.

이러한 절망 속에서도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가뭄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K-드림(K-DREAM)’ 사업을 시행하며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메마른 땅 위에 파종된 것은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다.

지난달 5일 케냐 투르카나주의 한 마을에서 주민들이 월드비전으로부터 지원받은 여우꼬리가시풀을 수확하고 있다. 농사를 짓고 있는 리디아씨는 "월드비전에서 교육을 받고 난 이후에 적은 물로도 충분히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2022년 2월부터 시작된 K-드림 사업은 투르카나주의 칼로베예이 난민 정착촌과 지역 공동체의 주민과 난민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 사업은 가뭄 저항성 종자를 배분하고, 기후 스마트 농업 기술을 도입해 물이 부족한 환경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또한 농목축업 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 시설을 설치하고, 가축을 위한 목초지를 조성하는 등 주민들의 생계를 돕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5일(현지시간) 칼로베예이 정착촌에 만난 주민 지폴라씨는 “K-드림 사업 수혜자로 선정된 후 자신의 삶에 큰 변화가 있었다”며 “물탱크와 빗물 집수 장치가 설치된 덕분에 이전보다 물을 구하는 데 들이는 노력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또 텃밭과 닭을 지원받아 채소와 달걀을 판매해 추가 수익을 창출하고, 그 돈으로 자녀들의 학용품을 구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5일 케냐 투르카나주의 한 마을에서 소중하게 담긴 여우꼬리가시풀 씨앗을 보여주고 있다. 이 씨앗은 적은 양의 물로도 발아할 수 있어 가뭄 지역에서 가축 먹이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와 함께 월드비전은 가뭄으로 황폐해진 목초지를 복원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투르카나주의 리디아씨는 “월드비전에서 지원받은 여우꼬리가시풀 씨앗을 파종하며 목초지 복원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월드비전은 우기에 집수한 물을 장기간 마르지 않게 보관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저수지를 설치,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농목축업 용수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 5일 케냐 칼로베예이 정착촌에서 K-드림 사업의 수혜자인 지폴라씨가 월드비전이 지원한 물탱크와 빗물 집수 장치 옆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매년 10월 16일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제정한 세계 식량의 날로, 전 세계가 식량 안보 문제와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되새기는 날이다. 이러한 국제적인 노력에 동참한 월드비전의 K-드림 사업은 식량 위기에 처한 케냐 난민들에게 지속적인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식량 불안 해소 및 궁극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회복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칼로베예이(케냐)=글·사진 이한형 기자 goodlh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