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도 없는 갈증이 대지 위로 펼쳐진다. 아프리카 케냐의 북서부 투르카나 지역, 메마른 땅 위에 내리쬐는 태양은 모든 생명체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몇 년째 이어지는, 비가 오지 않는 날들은 주민들의 삶을 말라붙게 한다.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은 300만 명 이상의 주민들을 심각한 식량 부족 상태로 내몰고 있다. 투르카나의 사람들은 이제 하늘을 올려다보는 대신, 거친 땅을 굽어보며 한 줌의 물을 찾고 있다. 그들에게 물 한 방울은 삶과 죽음의 경계선이다.
이러한 절망 속에서도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가뭄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K-드림(K-DREAM)’ 사업을 시행하며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메마른 땅 위에 파종된 것은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다.
2022년 2월부터 시작된 K-드림 사업은 투르카나주의 칼로베예이 난민 정착촌과 지역 공동체의 주민과 난민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 사업은 가뭄 저항성 종자를 배분하고, 기후 스마트 농업 기술을 도입해 물이 부족한 환경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또한 농목축업 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 시설을 설치하고, 가축을 위한 목초지를 조성하는 등 주민들의 생계를 돕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5일(현지시간) 칼로베예이 정착촌에 만난 주민 지폴라씨는 “K-드림 사업 수혜자로 선정된 후 자신의 삶에 큰 변화가 있었다”며 “물탱크와 빗물 집수 장치가 설치된 덕분에 이전보다 물을 구하는 데 들이는 노력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또 텃밭과 닭을 지원받아 채소와 달걀을 판매해 추가 수익을 창출하고, 그 돈으로 자녀들의 학용품을 구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월드비전은 가뭄으로 황폐해진 목초지를 복원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투르카나주의 리디아씨는 “월드비전에서 지원받은 여우꼬리가시풀 씨앗을 파종하며 목초지 복원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월드비전은 우기에 집수한 물을 장기간 마르지 않게 보관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저수지를 설치,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농목축업 용수를 제공하고 있다.
매년 10월 16일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제정한 세계 식량의 날로, 전 세계가 식량 안보 문제와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되새기는 날이다. 이러한 국제적인 노력에 동참한 월드비전의 K-드림 사업은 식량 위기에 처한 케냐 난민들에게 지속적인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식량 불안 해소 및 궁극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회복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칼로베예이(케냐)=글·사진 이한형 기자 goodlh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