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상 초상화 그린 화가, 인종·국적 무관 금박 입혀

입력 2024-10-14 03:16

어깨에 닿은 검은 머리에 황금빛이 감도는 피부, 은은한 미소를 가진 한강의 모습(왼쪽 그림)이 지난 10일 노벨위원회 홈페이지에 등장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함께 그의 초상화를 그린 스웨덴 화가 니클라스 엘메헤드(오른쪽)도 화제가 되고 있다.

2012년 노벨위원회 미디어 분야 예술 감독으로 부임한 엘메헤드는 노벨상 공식 홈페이지에 수상자의 저화질 사진을 올리는 것보다는 그림으로 사진을 대체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초상화가 좋은 반응을 얻자 노벨위원회는 2014년부터 그에게 노벨상 공식 초상화가로 일할 것을 제안했다.

처음에는 푸른색과 노란색을 섞어 수상자의 초상화를 채색했지만 2017년부터 노벨상 수상자 발표 공식 색상이 금색으로 정해지면서 채색 방식을 바꿨다. 수상자들은 인종, 국적과 상관없이 황금빛 얼굴로 그려졌다.

공식 발표에 앞서 초상화를 그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는 노벨상 수상자를 미리 알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몇 시간 만에 그려야 하는 수상자의 초상화 작업은 검은색 아크릴 물감으로 윤곽선을 그린 뒤 얇은 금박을 특수 접착제로 붙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엘메헤드는 과거 한 언론 인터뷰에서 “예전엔 수상자들의 사진을 온라인으로 검색하면 저해상도 이미지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실 홈페이지 같은 곳에 형편없는 사진이 올라와 있었고, 더 나은 사진을 요구하기도 쉽지 않았다”며 “다양한 금색 페인트로 실험한 결과 특수 접착제로 그림에 붙일 수 있는 초박형 금속 호일인 금박에 매료됐다. 흰색 바탕, 검은색 윤곽선과 함께 강렬하고 독보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