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한강의 작품들이 서점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을 모두 차지했고, 순식간에 구매자가 몰리면서 재고가 없어 대부분 예약 판매로 전환됐다. 소설책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한강의 작품은 전날 수상 발표 이후 11일 오후 2시까지 10만3000부가 판매됐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책이 부족해 오전에 급하게 서울 광화문 매장에 재고 물량을 지원했지만 진열되자마자 판매되고 있다”고 전했다. 2008년부터 교보문고에서 베스트셀러를 담당한 이 관계자는 “이렇게 빠른 속도로 판매되는 사례는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작 ‘채식주의자’ 이후 처음”이라며 “그때는 한 종에 그쳤지만, 지금은 한강 작품 전체로 판매가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보문고의 이날 실시간 베스트셀러 1~9위까지가 모두 한강 작품이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흰’ ‘희랍어 시간’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등이다. 대부분은 재고가 소진돼 모두 예약 판매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한강의 작품 판매는 전날에 견줘 노벨상 수상 후 451배나 증가했다고 교보문고는 전했다.
예스24 상황도 비슷하다. 실시간 베스트셀러 순위 1~10위까지 모두 한강의 작품이다. 1위 ‘소년이 온다’는 전일 대비 784배, 2위 ‘채식주의자’는 696배, 3위 ‘작별하지 않는다’는 3422배로 판매가 폭등하면서 전체적으로 8만부 가량이 팔렸다. 예스24 관계자는 “너무 많이 팔려서 톱3밖에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작품이 전반적으로 빠른 속도로 판매되고 있다”고 전했다. 알라딘의 경우 발표 직후부터 이날 오전까지 전일 대비 판매량이 ‘소년이 온다’ 521배, ‘채식주의자’ 901배, ‘작별하지 않는다’ 1719배 증가했다. 특히 ‘소년이 온다’의 경우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 자정까지 분당 18권씩 판매됐다. 부커상 수상 당시 ‘채식주의자’가 분당 7권씩 판매됐던 기록의 두 배가 넘는 판매량이다.
주문이 급격하게 쏠리면서 재고는 대부분 소진된 상태여서 서점들은 출판사에 증쇄를 요청했다. 다음주나 돼서야 판매가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를 낸 창비, ‘디 에센셜 한강’과 ‘작별하지 않는다’ ‘흰’ ‘검은사슴’ ‘희랍어시간’ ‘눈물상자’ 등 한강 작품을 가장 많이 보유한 문학동네도 서둘러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창비 관계자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재고는 제로 상태”라며 “인쇄 쪽에 계속해서 발주를 넣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상한가를 기록한 종목 4개는 모두 출판 관련 종목이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선 한세예스24홀딩스가 가격제한폭인 30% 상승한 5850원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 시장에선 전자책 리디의 투자사인 컴퍼니케이를 비롯해 예스24, 예림당 등 3개 종목이 상한가로 거래를 마감했다.
맹경환 선임기자, 황인호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