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인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건 이 상이 제정된 1901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2000년 노벨평화상 이후 24년 만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의 작가 한강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은 새로운 역사를 썼다.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게임’, 그룹 방탄소년단(BTS) 등에 이어 한국 문화의 세계적 영향력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쾌거다.
한림원은 한강의 작품 세계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으로 평가하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강의 작품은 대체로 아프고 고통스럽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2014년작 장편 ‘소년이 온다’와 제주 4·3 사건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2021년작 ‘작별하지 않는다’가 그렇다. 한강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는 당시 5월 광주를 증언한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작가가 “압도적 고통으로 써 내려간 작품”이라고 창작 과정을 회고했던 소설이다. 노벨상위원회는 한강의 “시적인 문장”을 높게 평가했는데, 이는 한강이 시인으로 먼저 데뷔해서 시적인 산문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좋은 번역의 중요성도 확인시켰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세계인이 읽지 못하면 알릴 방법이 없다. 특히 ‘채식주의자’는 영어로 번역된 한강의 첫 번째 소설로 한강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한강은 2016년 ‘채식주의자’로 영국 최고 권위 문학상인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지난해 프랑스어로 번역 출간된 작품을 대상으로 한 메디치상 외국문학상을 받았다. 앞으로도 정부 차원의 꾸준한 번역 지원을 통해 국내 작가의 작품들을 적극 알려야 할 것이다.
한강은 맨부커상 수상 직후 노벨문학상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런 상이란 건 어디까지나 책이 완성된 다음에 아주 먼 결과인 거라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어젯밤 8시쯤 한강은 여느 때처럼 아들과 저녁식사를 마친 뒤 노벨상위원회로부터 수상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작가는 한국 현대사의 깊은 어둠과 상처를 소설로 형상화하는 작업이 힘들었다고 했다. 이번 수상이 작가에게 고된 글쓰기의 부담을 덜어주고 자신만의 봄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