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정부와 의료계가 의료개혁 방향을 놓고 처음 마주한 자리에서 서로의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증원 규모 2000명은 최소치”라고 강조한 반면 서울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의사 수가 부족한 게 아니라 분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측이 기존 입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의·정 갈등 장기화 우려만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대의대 비대위 주최로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열린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에는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과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 강희경 비대위원장, 하은진 비대위원이 참석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과 대한의사협회 측이 토론에 나선 적은 있지만 대통령실 관계자가 직접 의료계와 마주 앉은 것은 처음이다.
주최 측은 해결 방안을 고민하는 ‘숙론’의 형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양측은 2시간30분간 진행된 토론회에서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장 수석은 “의료 이용량 수요는 매우 정확하게 측정되고, 장래인구추계와 같은 데이터를 토대로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다”며 “그 결과를 토대로 정부는 줄곧 2000명이 최소한의 (증원) 숫자라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 수석은 증원 발표 이후 전공의 집단행동이 8개월 넘게 이뤄진 데 대해 “단언컨대 증원이 된다 해도 의사의 사회·경제적 처우는 오히려 향상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의료 수요가 증가해 의사 처우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란 얘기다.
반면 강 비대위원장은 의사 수 자체가 부족한 게 아니라고 했다. 의사들이 필수·지역 의료로 유입되지 않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주장이다. 그는 “(증원보다는) 필요한 곳에 의사가 가게 해주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정부의 의대 교육과정 1년 단축 방안에 대해 대통령실은 ‘오해’라는 설명도 내놨다. 장 수석은 “애초에 그런 의도가 없었다”며 “의대생들이 복귀한 뒤 잃어버린 시간만큼 프로그램을 단축하거나 방학 등을 활용할 여지를 주자는 취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의대생들의 동맹휴학은 고등교육법령상 휴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의·정 갈등 국면에서 중재를 자처했던 비대위 측 요청으로 양측이 마주 앉았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의료계 내부 반발을 피하지는 못했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경기도의사회는 성명을 내고 “의료농단 주범과 (의료개혁) 강행의 명분이나 주는 토론을 할 때인가”라고 비난했다.
김유나 이정헌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