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0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불출석한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야당 주도로 발부했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들을 국감장에 세워 공세 지렛대로 삼으려는 의도다. 국감 사흘 만에 벌써 8건의 동행명령권이 발동되자, 국민의힘은 “동행명령장을 계속 발부하면 돈봉투로 검찰 소환통보를 받고도 불출석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실명을 모두 공개하겠다”고 역공을 폈다.
행안위는 이날 국감에 나오지 않은 명씨와 김 전 의원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안을 의결했다. 다만 회계책임자이자 제보자이기도 한 강혜경씨에 대해서는 동행명령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질의하겠다며 세 사람을 증인 명단에 올렸지만, 이들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여당 간사인 조은희 의원은 “불출석한 증인 중 2명에게만 발부하는 것은 민주당 입맛에 맞는 동행명령장 발부”라며 “이재명 대표의 하명인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인 신정훈 행안위원장은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선서와 증언을 거부할 수 있지만, 증인 출석 자체를 거부할 수 없다”며 동행명령장 발부를 밀어붙였다. 국회사무처 행안위 소속 조사관들이 오후 명씨와 김 전 의원 자택을 찾았지만 두 사람 모두 부재해 동행명령 집행은 불발됐다. 야당은 오는 25일 종합감사에 둘을 다시 부르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명씨와 김 전 의원이 없는 상황에서도 관련 의혹을 부각하는 데 화력을 집중했다. 이광희 의원은 “명씨 발언을 보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버금가는 ‘제2의 국정농단’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며 “‘내가 들어가면 한 달 만에 이 정권이 무너지겠지’라는 명씨 인터뷰는 대통령, 검찰, 국민을 협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양부남 의원은 “(명씨 인터뷰가) 사실이 아니라면 대통령이 노발대발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2022년 경남 창원의창 보궐선거에서 김 전 의원에게 밀려 출마하지 못한 김종양 의원은 “당시 공천 과정에 뭔가 있었다면 나도 항의했겠지만 (결과를) 받아들였다”며 “이번 의혹은 공천 개입이 아니라 정치인과 허풍 있는 사람이 합작해서 자신의 실속을 챙기기 위해 대통령과 여사를 판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의 동행명령권 남발은) 국회 권한을 사적 보복 수단으로 악용하는 일”이라며 “민주당이 동행명령장 발부에 정당성을 가지려면 돈봉투 혐의를 받는 민주당 의원들부터 검찰 소환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행안위 국감에서는 때아닌 ‘마스크 소동’도 벌어졌다. 증인으로 출석한 국가정보원 출신 황인수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1국장이 신분 확인을 위해 마스크를 벗어 달라는 의원들 요구를 거부하면서다. 황 국장은 얼굴을 공개하면 국정원 근무 당시 도움을 준 이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주장하다 퇴장당했다.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도 함께 퇴장 조처됐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