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이 길어지면서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렸지만 소득과 신용도가 낮은 ‘취약 자영업자’가 40만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한 2020년 1분기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19 유행과 금리 인상기를 거치면서 소득이 감소한 자영업자가 여러 금융기관에 빚을 지고, 이를 다시 갚지 못해 신용도가 낮아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동시에 보유한 자영업자는 242만6000명이다. 이 가운데 다중채무자는 173만2000명이다. 개인사업자대출만 보유한 자영업자가 70만명임을 고려하면 전체 자영업자(312만6000명) 10명 중 6명이 3개 이상 대출 보유자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취약 자영업자는 2분기 기준 40만4000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1분기 자영업 취약차주 규모(23만6000명)의 1.7배 수준이다. 대출을 보유한 전체 자영업자 대비 취약차주 비중도 13.1%로, 2021년 4분기(10.11%)부터 10개 분기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자영업 유지를 위해 돈을 빌렸지만 이후에도 소득이 늘지 않아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 되풀이된 것이다.
취약차주 증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금리 인상과 맞물려 있다. 한은은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0.5%까지 낮췄다가 2021년 8월부터 다시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실제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액과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채권)은 모두 증가세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2분기 말 기준 저소득·저신용 취약차주의 대출액은 각각 132조3000억원, 42조4000억원으로 각각 1년 전보다 7조1000억원, 10조1000억원 늘었다. 이 기간 취약 자영업자 연체율은 10.15%까지 치솟았다. 전체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도 1.56%로 높아졌다.
오 의원은 “자영업자 등의 부채 문제가 누적되면서 내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자영업자 채무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