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 출신 괴짜CEO… 퓨전 한식 ‘호족반’ 美 2호점 도전장

입력 2024-10-14 03:21
서울 강남구 호족반 청담점 추천 메뉴인 쟁반 메밀국수, NY 양념 모듬갈비, 트러플 감자전, 호랑이 부대찌개가 놓여 있다. 수비드 방식으로 조리한 NY 양념 모듬갈비와 얇게 채 썬 감자를 기름에 튀기듯 부친 트러플 감자전이 인기다.

이 남자를 만났다. 웨이팅 대란의 주인공에서 전국구 도넛 브랜드로 거듭난 ‘카페 노티드’, 수제버거 전문점 ‘다운타우너’, 퓨전 한식 맛집 ‘호족반’, 미국 가정식 레스토랑 ‘리틀넥’을 만든 사람. MZ세대를 상대로 오픈런 신화를 쓴 F&B계의 신흥 강자 이준범(42·사진) GFFG 대표다.

GFFG는 올해는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첫 타자는 ‘훌륭한 민족의 밥’이라는 의미의 퓨전 한식 레스토랑 ‘호족반’.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 맨해튼에 진출한 호족반은 이제 로스엔젤레스(LA) 진출을 앞두고 있다. 이 대표를 최근 서울 강남구 GFFG 본사에서 만나 해외 진출 현황과 전략, GFFG의 목표 등에 관해 들었다.

이준범 GFFG 대표가 최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미국 진출 배경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내년 상반기 두 번째 미국 진출 장소로 LA를 고른 이유를 물었다. 그는 “미국의 가장 큰 한인타운 중 두 곳이 뉴욕과 LA다. 맨해튼에 있는 뉴욕점은 그 점을 노려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로컬 손님이 많은 장소에 입점했다면 LA점은 LA의 현지 바이브가 물씬 느껴지는 LA 아트 디스트릭트에 입점할 계획”이라고 했다.

LA 라이프스타일에 한국 음식의 정서와 문화가 잘 맞을지 궁금하기도 했다고 한다. 호족반 LA점 바로 옆 건물에 노티드도 입점 공사 중이다. 노티드 해외 1호점이 될 예정이다.

뉴욕 현지 반응은 어땠을까. “많이 좋아해주신다. 오픈 초반에는 예약이 2개월 뒤까지 꽉 차기도 했다. 인기에 힘입어 저녁만 하던 운영시간을 확대, 지난 9월부터 점심 서비스 ‘호족반상’을 선보이고 있다”고 흡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조만간 와인 메뉴를 추가해 음식과 페어링할 할 계획이다.

인기 메뉴에 대해 물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들기름 메밀면’, ‘호족NY갈비’가 인기다. 들기름 메밀면은 장모님 레시피를 너무 맛있게 먹은 후 ‘꼭 손님들한테 맛보여줘야겠다’ 하고 개발했다. 호족NY갈비는 수비드된 갈비 위에 드레싱을 해서 판매하는데, 미니 호족반 위에 푸짐하게 제공되는 프레젠테이션도 반응이 좋다”고 자랑했다. 미국에서 먼저 선보인 ‘컵라면 볶음밥’도 인스타그래머블한 메뉴로 호응을 얻어 한국에도 메뉴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음식에 한국적 소울(Soul)을 어떻게 담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이 대표는 “한국 음식은 ‘나눔’ ‘마음’ ‘정성’ ‘정’이란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 미국으로 출장을 갔을 때 미국에 사는 가족들과 집에 있으면서 우리 브랜드 음식이 항상 냉장고에 넣어두고 꺼내 먹을 수 있는 친숙한 존재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을 현실화한 것이 바로 지난 추석 뉴욕 호족반에서 한국 전통 디저트 브랜드 생과방과 협업했던 선물세트다. 2시간 만에 소진될 정도로 사랑을 많이 받았다. 집에서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약과를 예쁜 보자기에 정성스럽게 포장한 그 한국적 느낌을 좋아해주신 듯하다”고 했다. 정이 가장 중요하단 얘기다.

“노티드 도넛도 사실 ‘도나스’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했다. 처음에는 호두과자를 생각했다가 너무 생뚱맞을 것 같아 휴게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겨운 한국식 도넛을 미국식으로 비틀어, 튀긴 도넛에 크림을 넣는 방식을 고안했다. 양식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한국적인 걸 많이 했더라”고 했다.

그는 본래 패션업에 종사하다 뒤늦게 외식업에 뛰어들었다. “미국에서 중·고교, 대학까지 다닌 뒤 한국에 돌아와 서울 동대문시장 등의 의류 매장에서 일했다. 우리 브랜드들로 푸드코트를 만들어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반면 지금은 다소 진지해진 느낌이다. 아무래도 해외 진출이 가장 큰 관심사다 보니, 선택과 집중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해외는 한국만큼 쉽진 않다. 공사 기간도 길고 예산 관리도 어렵다”고 했다.

그럼에도 해외 진출에 힘쓰는 이유는 뭘까. 이 대표는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싶다. 추후 다양한 ‘K푸드’가 해외에 진출할 때 토대가 되는 브랜드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GFFG는 ‘좋은 음식을 오래 즐길 수 있도록(Good food for Good)’의 약자다. 그는 GFFG의 다양한 브랜드가 오래 즐기는 좋은 음식이 되길 바란다. 이 대표는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음식의 본질인 ‘맛’이다. 다운타우너나 노티드의 메뉴를 개발할 때도 항상 소비자 반응을 살피고 의견을 반영했다. 미국에 진출해보니 한국보다 유행이 빠른 곳이 없다는 걸 새삼 느꼈다. 그만큼 트렌디하고 독특한 마케팅이 중요해진 세상이다. 색다른 경험을 고객들한테 제공하면서도 ‘음식에는 진심’이라는 걸 늘 말하고 싶다”고 했다.

GFFG는 2014년 다운타우너의 전신인 수제버거 브랜드 오베이(5BEY)를 론칭하면서 외식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노티드, 클랩피자, 웍셔너리 등 11개 외식 브랜드를 선보이며 사업을 확장해왔다. 특히 노티드 도넛의 인기로 유명해졌다. 지난해 연결기준 GFFG 매출액은 795억7277만원으로, 전년 대비 50.4% 성장했다.

글·사진=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