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에 의대생이 후보로 나서면서 학교 내부에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의·정 갈등 장기화 여파로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의대생이 서울대 학생을 대표하는 게 타당하냐는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제64대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7일 내년도 총학생회장 선출을 위한 2명의 입후보명단을 공개했다. 서울대 공과대학 조선해양공학과 21학번 김민규(23)씨와 의과대학 의학과 19학번 이강준(24)씨가 각각 정후보로 예비등록을 마쳤다. 다음 달 선거에서 이씨가 승리한다면 최초의 의대 출신 서울대 총학생회장이 된다.
서울대는 투표율 저조로 2024년도 총학생회 구성에 실패한 상태다. 이에 올해 서울대 총학생회는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체제로 운영 중이다. 이씨는 현재 연석회의 중앙집행위원회 부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씨는 2022년 제30대 조선해양공학과 학생회장을 지냈다.
일각에선 이씨 출마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대 학내 커뮤니티에선 “현재 의대 이슈로 시끄러운 이 시국에 의대 총학회장이 적절한가”라는 글이 올라왔다. 의대생 휴학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회장을 맡는 것이 가능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아직 이 후보가 입장 표명도 안 했는데 의학과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조리돌림 하면 안 된다”는 의견도 표출되고 있다.
일부 학생은 의대생인 이씨가 관악캠퍼스 사정을 잘 알겠느냐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서울대 인문대 학부생 A씨는 10일 “의대생이면 관악캠퍼스가 아닌 서울 혜화동에 있는 의대 캠퍼스로 통학할 텐데, 관악캠퍼스가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적절한 정책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범대학 학부생 김모씨는 “이씨의 후보 공고를 보니 셔틀버스 관련 정책 등 관악 캠퍼스에 대한 활동을 많이 해온 것으로 보인다”며 “의대 생활 중에도 출마한 것은 그만큼 열심히 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씨는 출마가 부적절하다는 학내 비판 여론 등과 관련해 “제가 잘 이겨내야 할 부분이다. 향후 정책자료집 등을 통해 제 정책이나 공약을 깔끔히 정리해서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총학생회 예비후보 등록은 오는 13일에 끝난다. 선거운동은 27일부터 시작해 다음 달 10일까지 진행된다. 본투표는 다음 달 11일부터 15일까지다. 다만 올해처럼 투표율이 저조하면 내년도 총학생회 구성도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