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용 차량(RV) 일종인 다목적차량(MPV)은 요즘 몸값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름처럼 레저뿐만 아니라 출퇴근 등에 폭넓게 이용되기 때문이다. KB차차차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중고차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1~3위 모두 MPV가 이름을 올렸다. 최근에는 MPV 시장에 럭셔리 바람이 불고 있다. MPV 기본에 충실하면서 ‘리무진’처럼 편안함을 추구하는 차들이 시장에 속속 나온다.
1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팰리세이드의 고급화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동생’ 뻘인 기아 카니발의 독주를 뛰어넘는 럭셔리 요소를 가미해 국내 MPV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내 완성차 업체 중에서 기아의 카니발과 현대차의 스타리아가 ‘9인승’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올 연말 혹은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팰리세이드(가칭 LX 하이루프)도 9인승으로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9인승은 국내 법규상 승합차로 분류된다. 6명 이상 탑승하면 고속도로 버스전용 차선을 이용할 수 있고, 사업자는 법인 명의로 등록할 시 부가세를 환급받을 수 있어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 기존 팰리세드와 다른 점은 전고를 200㎜ 높여 개방감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또 마사지 시트와 고급 오디오 시스템, 뒷좌석 대형 디스플레이 등 편의 시스템이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엔진은 기존 내연기관과 더불어 하이브리드(HEV)가 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격은 8000만원 가량으로 전해진다.
현대차가 럭셔리 MPV 시장을 겨냥한 이유는 카니발 때문만은 아니다. 일본 완성차 업체의 차량들이 새로운 경쟁자로 무섭게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럭셔리 MPV 시장을 처음으로 긴장하게 만든 것은 토요타의 알파드다. 국내 시장에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신기하게 생긴 차’ 였다. 전장은 5005㎜ 길쭉한 데 비해 전폭은 쏘나타와 비슷한 1850㎜로 길고 얄팍한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카니발과 전폭은 145㎜ 차이다. 그러나 실내는 럭셔리 MPV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알파드는 2열에 특화돼 있다. 언뜻 보면 기사가 대신 운전하는 쇼퍼드리븐 차량처럼 편안한 거주공간이 특징이다. 나파 천연가죽으로 마감된 시트는 등받이, 팔걸이 부분에 저반발 메모리폼 소재가 들어갔다. 또 앉은 자리에서 시트를 조작할 수 있는 탈부착 가능한 터치 컨트롤러가 장착됐다. 천장에는 14인치 디스플레이가 달렸다. MPV답게 3열을 5 대 5 분할로 접을 수 있어 골프가방 6개가 들어갈 정도의 공간감을 준다. 엔진은 2.5L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연비는 13.5㎞/L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에서 선정한 ‘2024 올해의 유틸리티’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전 계약에서는 초도 물량 완판, 월평균 100대가 팔려나갔다. 가격은 9920만원부터 시작한다.
토요타의 프리미엄 승용차 브랜드인 렉서스도 지난 7월 알파드 플랫폼을 가다듬은 LM500h를 출시했다. 알파드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1, 2열을 분리하는 파티션을 가졌다. 흡음재를 추가해 진짜 ‘리무진’ 처럼 VIP들을 위한 독립된 공간감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3열을 없앤 4인승 로열 그레이드 모델은 가격이 1억9600만원부터 시작한다. 2억원에 가까운 가격의 이유는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분리된 파티션에는 48인치 파노라믹 뷰 디스플레이가 탑재된다. 2열에는 2단계 온도 조절 냉장고가 들어간다. 시트는 모션 캡쳐 기술로 탑승자의 신체에 딱 맞는 착좌감을 준다.
2열 시트 중간에 있는 컨트롤러는 실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리어 클라이밋 컨시어지’를 탑재해 모드에 따라 시트, 공조, 조명 등을 자동으로 조정해 준다. 또 렉서스 최초로 뒷좌석 승객을 위한 주행모드가 있다. 전자식 서스펜션이 가·감속 차체 흔들림을 제어한다. 2.4L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공인연비는 10.1㎞/L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선호하는 한국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면서도 “활용성이 높은 MPV에 고급화가 더해졌을 때도 인기가 계속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