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적’ 이스라엘… 이란, 앙숙 사우디까지 찾아갔다

입력 2024-10-11 00:05
무함마드 빈 살만(오른쪽)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9일(현지시간) 수도 리야드에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을 접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예방했다. 같은 이슬람권 안에서 수니파 종주국을 자처하는 사우디와 시아파 맹주인 이란은 서로를 이교도로 배척하는 앙숙이다. 사우디에 고위 각료를 보낸 이란의 행보는 이스라엘과 일촉즉발의 충돌 위기에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란 외무부는 9일(현지시간) “아락치 장관이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지속적이고 긍정적인 양자 관계에 공감했다”면서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벌어지는 학살·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력도 논의됐다”고 밝혔다. 아락치 장관은 현재 아랍 국가들을 순방하고 있다. 이번 사우디 방문은 이란혁명수비대가 지난 1일 이스라엘에 180여기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중동 위기를 고조시킨 지 8일 만에 이뤄졌다.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보복을 예고한 상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통화에 참여한 가운데 이스라엘-이란 갈등과 이스라엘-헤즈볼라(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충돌, 가자지구 전쟁 등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구체적인 통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약 30분간 진행된 통화는 직설적이고 생산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예루살렘포스트에 따르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한 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란의 (지난 1일 대이스라엘) 공습은 공격적이었지만 부정확했다”며 “우리의 공격은 치명적이고 정확하고 무엇보다도 놀라울 것이다. 이란은 결과를 보고도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네타냐후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이 통화한 직후에 나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