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꺾인 리걸테크의 꿈… ‘AI 법률상담’ 끝내 서비스 중단

입력 2024-10-11 00:04 수정 2024-10-11 00:04

인공지능(AI) 법률상담 서비스 ‘AI대륙아주’가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징계 절차로 운영 중단되면서 리걸테크(법률+기술) 산업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는 국내 첫 법률상담 AI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산업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지난 8일 “변협과 대립각을 세우면서까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서비스 중단을 발표했다. 변협 징계위원회는 변호사법 위반 등을 이유로 대륙아주와 대표변호사 등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고 있다.

AI대륙아주는 지난 3월 선보인 챗봇 형식의 무료 AI 법률상담 플랫폼이다. 입력창에 ‘음주운전으로 대인 사고를 냈을 때 형량을 알려 달라’는 식의 질문을 입력하면 챗봇이 법규와 예상 형량 등 답변을 내놓는다.

변협은 AI대륙아주에 대해 ‘변호사가 아닌 자가 변호사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를 통해 보수나 이익을 분배받아선 안 된다’는 변호사법 규정을 위반했다며 지난달 24일 징계 개시를 청구했다. 법조 브로커 등을 막기 위한 규정이지만 AI 서비스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변협은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는 행위에 대한 원칙적 대응”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대륙아주는 변협 규제가 ‘한국식 붉은 깃발법’(마차 보호를 위해 증기기관을 규제한 법)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규철 대륙아주 대표변호사는 “리걸테크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데 변협이 현실을 외면하고 관련 규정을 자의적으로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리걸테크 업계에선 변협 대응을 놓고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편협한 접근”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앞서 ‘변호사 중계 서비스’ 로톡에 가입했던 변호사들이 변협 징계를 받고 법무부가 이를 취소하기까지 8년간 법적 분쟁을 이어가기도 했다. 반복되는 분쟁이 리걸테크 산업 성장을 막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법무법인의 AI 법률서비스도 막는 상황인데 더 높은 기술력을 가진 기업의 서비스 개발은 더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혁신은 요원해지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중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8일 국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기술 혁신에 따른 법률시장 변화를 법무부가 지켜만 보지 말고 가이드라인 제시나 전향적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도 “법무부와 변호사단체, 일반 시민, 법원 등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마련해 상생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AI 시대에 맞춰 변호사법에 별도의 예외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아니면서 법률 상담 또는 법률 문서 작성을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