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5일 미국 대선과 함께 상하원 선거도 실시된다. 미국에서는 입법권이 온전히 의회에 있을 뿐 아니라 상원과 하원이 갖는 독점적 권한도 막강하기 때문에 대통령만큼이나 상하원의 향배도 중요하다. 현재 상원 선거 판세는 공화당이 다소 우세하다. 다만 텍사스와 플로리다주에서 민주당 후보가 상승세를 보이는 데다 네브래스카주에서도 민주당계 후보가 선전하면서 공화당의 승리를 단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원은 대선 못지않은 접전 양상이다. 각종 통계 사이트의 다수당 예측도 엇갈린다.
이번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의회 선거에서 상원은 전체 100석 중 34석, 하원은 435석 전원을 선출한다. 미국 의회의 권한은 한국 국회보다 강력한 편이어서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선 의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행정부의 법률안 발의권을 인정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선 의회가 입법권을 독점하고 있다. 연방 세금 규모 결정과 예산 승인, 법률 제정 등이 상하원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특히 의회는 예산안에 대해 증액 등 적극적 수정을 할 수 있다. 또 상원과 하원은 각각 고유 권한도 갖고 있다. 상원은 군대 파병과 관료 임명에 대한 동의권 등을, 하원은 세입 징수 법률 입안권 등을 독점하고 있다.
의회가 행정부의 국정 운영에 영향을 준 사례도 적지 않다. 2016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상원 다수당이던 공화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명한 메릭 갈랜드 대법관 임명을 막았다. 차기 대법관은 당시 대선에서 승리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했고 대법원은 급격히 보수화됐다. 매년 예산안을 두고 반복되는 의회 내 갈등도 국정 운영에 심대한 타격을 준다.
미국 언론 보도와 주요 통계 사이트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9일(현지시간) 기준 상원은 공화당이 유리하다는 평가가 많다. 조사 업체 270투윈은 상원 34석 중 공화당이 13곳, 민주당이 20곳에서 앞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상원 선거가 실시되지 않는 지역구들과 합치면 공화당은 51석, 민주당은 48석이 된다. 민주당이 소폭 앞서고 있는 격전지 오하이오주를 지킨다 해도 다수당이 되기는 어렵다.
이번에 상원 선거가 치러지는 34곳 중 민주당 지역구가 22곳이나 된다. 방어전이 많은 민주당이 다수당을 지키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애초부터 지배적이었다. 특히 민주당 지역구 중 대표적 레드 스테이트(공화당 텃밭)인 웨스트버지니아주는 현역 조 맨친 상원의원의 은퇴로 공화당에 넘어갈 것이 확실시됐다. 몬태나주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우위로 기울고 있다.
민주당은 플로리다와 텍사스주 역전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곳에 수백만 달러를 들여 TV 광고를 시작했으며 소속 상원의원들도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분위기를 띄우는 중이다. 대중적 인기가 여전히 높은 오바마 전 대통령도 최근 플로리다주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인 데비 무카셀 파월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
네브래스카주도 변수로 떠올랐다. 레드 스테이트인 이곳에서 민주당 출신 무소속 후보 댄 오스본이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오스본은 공화당 소속 현역 뎁 피셔 상원의원을 상대로 1~5% 포인트 차 우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때 네브래스카주에서 20% 포인트 차이로 승리했었다.
CBS방송은 “공화당은 이번 선거에서 방어할 주는 적고 여러 주에서 당선 기회가 있는 유리한 상황”이라면서도 “민주당이 집중하고 있는 텍사스와 플로리다주보다 공화당에 우호적인 네브래스카주에서 강력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하원 선거는 이번 대선만큼이나 승자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요 언론이나 조사 업체 간 예측도 엇갈리고 있다. 조사 업체 레이스투화이트하우스는 민주당의 하원 승리 확률을 64.4%(예상 의석 221석 안팎), 공화당의 승리 확률을 35.6%(214석 안팎)로 전망했다. 유고브도 지난달 24일 민주당의 하원 승리 확률이 57%라고 밝혔다.
반면 더힐은 공화당의 예상 의석을 219석, 승리 확률은 54%로 내다봤다. 파이브서티에이트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하원을 차지할 가능성을 각각 51.4%와 48.6%로 예상했다. ABC방송은 “개표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어느 당이 하원을 장악했는지 파악하는 데 며칠, 심지어 몇 주가 걸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상원이 공화당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큰 상황이어서 민주당으로선 하원 승리가 대선만큼 중요하다. 로이터통신은 “공화당은 상원 다수당을 차지할 확률이 반 이상이다. 대선에서 승리하고 하원까지 차지하면 트럼프는 워싱턴을 굳건히 장악할 수 있다”며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패하더라도 트럼프를 견제할 마지막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하원을 공화당에 내주면 4년 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가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