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 냉장고, 세탁기에서 주로 보이는 LG전자 로고를 앞으로는 의료용 모니터나 전기차 충전기에서 더 자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집 안에서의 경험을 집 밖 공간으로 확대한다는 LG전자의 B2B(기업 간 거래) 전략 윤곽이 나왔다. 이미 호텔 TV 점유율 세계 1위를 차지한 LG전자는 의료용 모니터와 전기차 충전기 등 B2B 시장에도 출사표를 냈다.
장익환 LG전자 BS사업본부장(부사장)은 10일 경기도 평택 LG디지털파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30년까지 B2B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매출에서 B2B 비중을 현재 35% 수준에서 45%까지 늘린다는 구상이다. B2B 사업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대비 외부 환경의 영향을 덜 받아 궤도에 오르면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LG전자의 이 같은 변신은 2022년 조주완 대표 취임 이후 두드러지고 있다. LG전자를 1위 가전기업보다 자동차 전자장치 등 글로벌 B2B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게 조 대표의 의지다. LG전자 관계자는 “기존 광고에서 가전제품보다 기업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며 “변신이 성공해야 주가도 크게 오를 수 있다는 게 조 대표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B2B 중 특히 집중하는 시장은 전기차 충전기 분야다. LG전자는 평택에 전기차 충전기 시험소를 마련해 충전 규격이나 전압, 주파수에 따른 다양한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충전기에서 나오는 전자파를 측정해 세계 시장에 적합한지 테스트하고, 반대로 외부에서 나오는 전자파에도 충전기가 정상 작동할 수 있는지를 실험한다. 최근 자주 일어나는 전기차 화재에도 대비해 화재가 발생하면 차량 배터리를 완전히 침수시키는 설비도 마련했다. 장 본부장은 “전기차 캐즘 속에서 다른 충전 사업자들도 위축된 상황이라 (매출 확대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일단 현재는 제품군을 빠르게 늘리고, 북미 중심의 충전기 사업을 유럽과 아시아로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과 병원 TV 등 상업용 디스플레이 분야의 성장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LG전자는 2019년 이후 상업용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연평균 7% 수준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과제다. 픽셀 간 간격이 멀어 첨단 기술은 아니지만 옥외용으로 쓰이는 LED 사이니지의 경우 중국 기업들이 이미 선점하고 있다. 장 본부장은 “고객 관리를 지속적으로 하고, 제품을 연결하고 활용하는 방식에서 중국과 차별점을 가질 수 있다”며 “(하드웨어 자체보다) 서비스를 어떻게 탑재하느냐에 따라 수익구조가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료용 모니터 사업은 5년 내 세계 3위 도약을 목표로 삼았다. 필립스, 지멘스 등이 선점하고 있는 의료용 모니터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은 영역으로 꼽힌다. 다만 시장 확장성은 크다. 의료용 모니터 시장 규모는 2030년 약 25억 달러(약 3조3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평택=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