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의정 갈등 상황에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참여한 의정 간 첫 공개 토론회가 10일 열렸다. 토론회에서 첨예한 이슈인 ‘2025학년도 의대 증원’에 대한 이견이 좁혀진 건 아니지만 의정 갈등 상황에서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공개 토론회에 참석한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토론회가 본격적인 의정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날 열린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공개 토론회에선 예상대로 양측의 공방이 이어졌다. 장 수석은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고 국가가 의사 면허와 활동까지 관리하는 체제여서 장래 인구 추계 등을 토대로 정밀하게 의사 수급을 추정할 수 있다”며 의사 증원이 필수라고 거듭 강조했다. 강희경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국내 총생산(GDP) 대비 의료 비용 증가와 서울·지방의 의사 숫자 차이를 언급하면서 “(의사 증원보다는) 필요한 곳에 의사가 가게 해주자고 제안하고 싶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의사 증원 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지만 대화와 숙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장 수석은 “오늘 자리가 차이를 좁혀나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고, 하은진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원은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통의 목표를 위해 최선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숙론 문화가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의료계 측으로 참여한 이들이 전체 의사들의 의견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토론회를 연 서울의대 측도 자신들이 전체 의사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전제조건을 내세우지 않고 국민의 불편과 불안 해소에 초점을 맞춰 대화를 이어나간다면 의정 간 의견 차이를 좁혀나가는 게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이 토론회가 국민, 정부, 의료계가 한 팀이 되어 신뢰를 바탕으로 투명하게 논의하는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