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재난 두고 정치 공방… 바이든 “트럼프가 거짓말”

입력 2024-10-11 01:1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허리케인 ‘밀턴’의 피해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동남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헐린’에 이어 초대형 허리케인 ‘밀턴’이 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에 상륙하면서 재난 대응과 복구 지원을 두고 민주·공화 양당의 정치 공방도 격화되고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근거 없는 주장으로 허리케인 대응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면 민주당이 즉각 반박하는 모양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허리케인 헐린과 밀턴 관련 보고를 받으면서 “지난 몇 주간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허위 정보와 명백한 거짓말을 무모하고 무책임하며 끈질기게 부추기는 행위가 있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거짓말의 맹습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밀턴이 상륙한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의 한 부두에서 폭풍우가 몰아치고 높은 파도가 일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이뤄지고 앞으로 이뤄질 굉장한 구조와 회복 작업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도움이 가장 필요한 이들에게 해롭다”며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순간에는 레드(공화 강세)나 블루(민주 강세) 주는 없고 하나의 미국이 있을 뿐”이라면서 “(트럼프의) 이런 거짓말들은 전혀 미국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언급하며 “나와 카멀라는 구조와 복구, 재건을 위해 필요한 동안 항상 도움이 되겠다”고 말했다.

해리스도 뉴욕에서 화상으로 참여해 “대통령이 말했듯이 우리는 허리케인 밀턴을 대비하고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바이든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방정부의 헐린 대응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레딩 유세에서 “사람들은 홍수를 피하려고 필사적으로 지붕에 올라갔다. 하지만 카멀라는 그들을 구하기 위한 헬리콥터를 보내지 않았다”며 “사람들이 헬기를 보냈을 때 그들은 헬기를 돌려보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트럼프는 정부가 허리케인 피해를 본 주민에게 750달러의 지원금만 제공할 것이며, 연방재난관리청(FEMA) 예산을 불법 이민자를 위해 사용한 탓에 허리케인 피해자를 지원할 돈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밀턴이 상륙한 플로리다주는 네이플스 등 서부 지역에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하는 등 폭우와 강풍 피해가 이어졌다. CNN은 “플로리다 탬파 전역에 극심한 폭우가 계속되고 중부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생명을 위협하는 돌발 홍수의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현지 당국은 밀턴 상륙에 앞서 수백만명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항공기 운항이 취소됐고, 케네디우주센터와 디즈니랜드 등은 폐쇄됐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