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연구자들이 올해 노벨상을 거머쥐었다. 머신러닝의 돌파구를 열어 AI 대부라 불리는 제프리 힌턴이 물리학상을 차지했고, 화학상도 단백질 구조 예측 AI 모델을 개발한 데미스 허사비스 등에게 돌아갔다. 발표 직후 힌턴 교수가 꺼낸 소감은 과거 수상자들의 말과 결이 달랐다. 자신이 개발한 AI의 위험을 강조하며 “인류가 AI에 지배당하는 SF영화는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노벨상을 휩쓸고, 동시에 경고 메시지가 나오는 모습은 AI에 내재된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챗GPT가 인공지능 기술을 대중에 각인한 지 채 2년이 안 됐는데, 벌써 노벨상이 그 파급력을 인정했다. 기술적 진보의 속도뿐 아니라 그것이 일상을 뒤흔드는 변혁의 속도 역시 엄청나게 빠르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런 변화가 양날의 칼이라는 지난 2년의 논쟁은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노벨상 무대에서도 재현됐다. 인류가 AI 통제에 실패할지 모른다는 주장이 그 기술의 성과를 인정하는 자리에서 반복됐다.
인공지능의 엄청난 발전 속도와 예측불가 위험성에 한국의 미래 역시 똑같은 딜레마를 마주하고 있다. 경제 구조를 바꿔놓을 AI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그 변화 속도를 따라가야 하는데, 동시에 AI 통제력을 잃지 않기 위해선 규제의 체계를 서둘러 갖춰야 한다. 방향이 전혀 다른 두 목표를 함께 달성해야 긍정적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난제에 직면했다.
정부가 택한 방법은 30년 전 인터넷을 보급해 IT 시대를 돌파했던 것과 유사하다. 기술 혁신을 실용화할 인공지능 인프라와 생태계를 구축해 AI 시대의 변화 경쟁에서 앞서가려 한다. 이를 위해 최근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국가인공지능위원회’가 출범했다. AI의 ‘속도’를 따라잡는 노력이 이렇게 차츰 구체화하는 반면, ‘위험’을 제어하는 노력은 본격화하지 못했다. 입법은커녕 규제의 방향도 제대로 논의되지 않아 몇몇 선언적 방침이 나왔을 뿐이다. AI 기본법조차 통과되지 못한 현실은 인공지능 시대를 준비하는 일조차 정치에 발목이 잡혀 있음을 말해준다. 이번 노벨상의 풍경은 AI의 약진을 그렇게 한가히 대할 때가 아님을 웅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