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골프] 폭염에도 완벽했던 코스… “비결은 투자와 선제적 관리”

입력 2024-10-12 04:31
고문성 페럼클럽 대표는 수시로 코스를 점검하며 선제적으로 코스 관리를 한다. 한국 골프 발전에 진심이기에 과감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투어 휴식기에는 훈련을 원하는 선수에게 골프장을 내어줄 정도로 선수에 대한 지원에도 나선다. KPGA 제공

단 한 개의 대회 유치도 어려운데 1년에 3개 대회를 치르는 골프장이 있다. 경기도 여주시 페럼클럽이다. 18홀 비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는 이 골프장은 2014년 개장 이후 매년 2~3개의 남녀 프로 골프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 4월 KPGA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5월 KLPGA투어 E1채리티 오픈, 그리고 지난 6일 막을 내린 KPGA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까지 3개 대회가 페럼클럽에서 열렸다.

국내 18홀 코스로는 최다 대회 유치다. 그런데도 3개 대회 모두 코스 컨디션은 흠잡을 데 하나 없었다는 평가다. 특히 마지막 대회였던 KPGA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은 기록적 폭염으로 전국 대부분 골프장이 몸살을 앓는 가운데서도 최상의 코스 컨디션 속에서 치러졌다.

고문성(64) 페럼클럽 대표는 11일 “올해와 같은 기록적 폭염에 골퍼들이 납득할 수준으로 코스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며 “우리 골프장은 지역 주민들과의 상생을 고려해 지하수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15㎞가량 떨어진 남한강 물을 끌어다 사용하고 있다”고 비결을 소개했다.

개장 때부터 페어웨이 잔디를 ‘중지’로 조성한 것도 최상의 코스 퀄리티를 유지하는 원동력 중 하나다. 결과적으로 아열대 기후로 변한 최근 한반도 기후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셈이 된 것.

또 철저한 잔디 관리를 위해 수시로 국내외 명문 골프장을 직접 방문해 골프장에 필요한 것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고 대표는 “올 추석 연휴 때는 작년에 김주형이 우승했던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개최지인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가스의 TPC서머린을 방문해 물이 적은 시기 코스 관리 노하우를 배우고 왔다”고 했다.

투자 못지않게 선제 대응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선제적 관리도 골프를 제대로 알아야만 가능하다. 고 대표는 핀크스와 라온CC 클럽 챔피언에 올랐을 정도로 골프에 관한 한 일가견이 있다. 그는 “대표가 골프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속 빈 강정 꼴의 관리가 될 수밖에 없다”라며 “특히 코스에 관한 한 코스 관리팀과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사후가 아닌 사전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럼클럽은 국내 골프장 중 드물게 그린을 서브에어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첫 번째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개최지 오거스타 내셔널GC가 채택해 널리 알려진 방식이다.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을 비롯해 올해 유치한 3개 대회 모두 그린 스피드를 3.4~3.7m까지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서브에어시스템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고 대표는 “개장한 지 10년이 넘으면서 그린 색깔이 처음보다 많이 암갈색으로 변했다. 이는 퍼팅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그린 잔디를 바꾸기 위해 이미 잔디를 들여온 상태다. 현재보다 밝은 녹색 컬러 계통의 penn-A1 품종으로 바꾸면 플레이어의 퍼팅 품질은 지금보다 훨씬 개선될 것이다”고 말했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을 개최하면서 최경주(54·SK텔레콤)와 소통하는 것도 코스 관리에 도움이 되고 있다. 둘은 ‘PGA투어 토너먼트 코스에 버금가는 코스를 만들자’며 의기투합했다.

올해 하이라이트는 2번홀(파4·482야드)이다. 이 홀은 원래보다 뒤쪽으로 98야드가량 이동해 그린을 새롭게 조성했다. 고 대표는 “최경주 프로로부터 파4홀 전장이 480야드 이상이 요즘 추세라는 얘기를 들었다”라며 “선수들의 도전 의식을 고취하고 변별력과 난도를 높이기 위해 과감하게 그린을 새롭게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투어 휴식기가 되면 많은 선수가 페럼클럽에서 연습 라운드를 하길 희망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라운드를 허용한다. 고 대표가 남녀 프로 골퍼들 사이에서 ‘키다리 아저씨’로 불리는 이유다.

그는 “선수들이 라운드를 원하면 언제든지 환영한다”라며 “오로지 국내 골프 발전을 위해서다. 다수의 대회를 유치하는 것도 그 맥락이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건 당연하지만 페럼은 선수들의 기량 발전과 그로 인해 골프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배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여주=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