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하나님의 일터] “의료선교는 질병뿐 아니라 영혼까지 치료하는 우리의 사명”

입력 2024-10-12 03:05
박준범 한국기독교의료선교협회장이 최근 그가 운영하는 서울 송파구 문정동 새숨병원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국내에는 많은 의료 선교기관이 있다. 국제사랑의봉사단 글로벌케어 국제의료봉사회 실로암안과병원 아프리카미래재단 등이 있고 교회에 소속된 경동교회 선한이웃클리닉, 명성교회 의료선교회, 사랑의교회 의료선교회 등도 있다. 이들 기관이 서로 협력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조율하는 단체가 한국기독교의료선교협회(의선협)다.

올 1월부터 이곳 회장을 맡고 있는 박준범(60) 통합암치료전문병원 새숨병원원장을 최근 서울 문정동 병원에서 만났다. 그는 “2년 임기 동안 의료선교교육훈련원을 재정립할 것”이라며 “지금 세대와 상황에 맞는 훈련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오랫동안 국내외 의료선교현장을 누볐다. 전남 화순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자란 그는 광주 동명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레 의료선교사로 헌신하게 됐다. 조선대를 졸업하고 광주기독병원에서 외과 수련을 받으며 신앙의 선배들로부터 기독 의사로서의 삶을 배웠다. 그는 당시 광주 의료선교교육훈련원을 창립하고 총무로 3년간 섬기면서 본격적인 훈련을 받았다. 1999년 4월엔 코소보 내전 현장에 의료선교단체 글로벌케어 코소보 의료봉사단장으로 파견돼 국제 NGO들의 활동을 경험했다.

같은 해 8월 동명교회 파송을 받은 그는 본격적인 의료선교사의 삶을 시작했다. 영국 선교대학에서 2년간 훈련을 받은 그는 예멘으로 갔다. 그곳의 한 국제의료선교단체의 팀원으로 활동하며 현지어를 공부하고 3년간 시골 보건소에서 보건활동을 펼쳤다. 또 도시 빈민들을 위한 ‘글로벌 케어 클리닉’을 세우고 수도 사나에 ‘사나생명의료원’을 설립했다. 현지 의사들을 고용해 의료 기술을 전수하고 함께 진료하며 복음을 전했다. ‘한국 글로벌케어 예멘’을 설립해 보건의료 NGO 사역도 펼쳤다.

이후 국내에 들어와서도 의료사역을 이어갔다. 2011년 한 의료선교단체에서 대표를 맡아달라고 요청해 입국, 4년간 일했다. 이어 2년간 판교 사랑의병원 대표원장을 맡았지만 다시 의료사역 현장으로 향했다.

2018년 4월 예멘 난민 450명이 제주에 도착해 난민 신청을 했을 때 그는 고향 사람들이 온 것 같은 심정으로 제주에 난민 캠프를 차렸다. 펜션을 빌려 40~50명 정도가 함께 생활했다. 그들 대부분 인도적 체류로 결정이 나 전국으로 흩어졌지만 2019년 그는 수원역 앞에 ‘사마리안 하우스’라는 난민 쉼터를 마련해 난민들을 돌보고 예배를 드렸다.

새숨병원은 2020년 9월 오픈했다. 당시 코로나로 난민 5명이 감염되면서 쉼터를 폐쇄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기도했다. “앞으로 15~20년은 더 활동할 것 같은데 하나님은 이제 무엇을 원하시는지 물었어요. 그때 제 속에 암 환자를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발견했어요. 큰돈이 없어 대출을 받아야 했지만 이들을 돌보는 센터를 만들면 나중에 의료선교 후배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병원은 진료뿐만 아니라 환자들의 영혼 치유를 위해 건물 지하에 교회도 설립했다. 주일예배와 화요일 치유 기도회를 연다. 병원을 통해 이주민 선교사 등도 후원한다.

의선협 이사들이 지난 1월 정기총회에서 박 회장을 선임하고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의선협은 의료선교사로 파송될 때부터 인연이 있었다. 그가 활동한 의료선교단체들이 의선협 소속이었다. 2012년 한국에 들어와 의선협 활동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선교대회 총무를 2번 했고 의료선교전략연구소장으로도 일했다. 의선협 이사로 활동하면서 부회장을 거쳐 회장에 추대됐다.

현 중점 사업인 교육 훈련 재정립은 내년 상반기 완료가 목표다. 1990년 수립된 강의실과 강사 중심의 교육에서 온·오프라인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교육 방식으로 전환하는 만큼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기존엔 한번 훈련받으면 그것으로 끝이었고 재교육은 없었다”며 “앞으로는 의료선교의 많은 영역을 평생 재교육받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뿐 아니라 전국 7개 훈련원이 동시에 전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는 인간의 삶에서 가장 원초적인 필요다. 의료선교는 질병의 치료뿐 아니라 영적 회복까지 포함하기에 주님 오실 때까지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한국 학생들은 영적으로 다른 나라와 비교해 뜨겁다”며 “이들을 깨우고 훈련해 파송하도록 돕는 의선협의 핵심 사역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의료선교에 대한 책을 쓰고 싶다고 했다. 특히 제주 예멘 난민들을 돌본 경험을 토대로 무슬림 이주민 사역에 대한 선교 사역 방향을 정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