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믿음은 기다림입니다

입력 2024-10-11 03:06

살아가면서 이해되지 않고, 주변 상황이 쉽게 해석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이때 우리는 혼란스러워하며 당황해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하나님께 불평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습니다. 모든 상황이 지난 뒤 되돌아보면 하나님께서 왜 그 일들을 허용하셨는지 깨닫게 되기 때문입니다.

출애굽 당시 히브리인은 학대를 받으면 받을수록 그들은 더 번성했습니다. 위기를 느낀 바로는 “아들이 태어나거든 나일강에 던지라”고 명령합니다. 출산을 앞둔 레위 출신의 여인 요게벳은 곧 태어날 아기에 대한 기대와 감사보다는 근심과 걱정이 엄습했습니다.

만일 아들이 태어나기라도 하면 그 아이는 강에 던져져야 했기 때문입니다.(출 1:22) 아니나 다를까 하나님은 아들을 주셨습니다. 요게벳은 이 아이에게 닥칠 끔찍한 현실 앞에서 통곡했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낳은 아들을 자기 손으로 죽이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 의해 나일강에 던져져야 하는 운명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기막힌 반전이 일어나는데 이는 요게벳이 자기 아들을 믿음의 눈으로 바라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녀의 믿음은 한 나라의 운명과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단초가 됩니다. 성경은 그녀가 자신의 아이가 ‘잘 생긴 것(히브리어 ‘키 토브 후’)을 보고(히브리어 ‘봐테레’) 석 달 동안 그를 숨겼다’고 말씀합니다.(출 2:2)

‘잘 생겼다’(히브리어 ‘토브’)는 말은 단순히 ‘잘 생겼다’는 말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 말은 본래 ‘좋다’라는 의미로 ‘하나님이 계획하신 그 목적에 정확하게’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요게벳은 자기 아들의 출생이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 속에 이뤄진 일이었음을 믿음의 눈으로 직시했던 것입니다.

400여년 전 야곱이 그의 아들들과 함께 애굽으로 내려가기 전 하나님은 반드시 그와 함께 애굽으로 내려갈 것이며, 다시 약속의 땅으로 올라올 것이라는 언약을 주신 적이 있었습니다.(창 46:4) 레위 족속의 여인 요게벳은 이 언약을 믿음의 사람들로부터 수없이 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주신 이 아이가 죽을 운명이 아닌 하나님이 주신 언약을 성취할 아이였음을 믿음의 눈으로 ‘보았던’(히브리아 ‘라아’) 것입니다. 이는 사도행전에서 ‘모세가 났는데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지라’라고 말하는 이유이며, 히브리서에서도 거듭 모세의 부모는 믿음으로 그 아이를 바라봤다고 증언하는 이유입니다.(히 11:23)

요게벳이 모세를 ‘석달 동안 숨겨뒀다’(히브리어 ‘쉴로샤 예라힘’)고 밝힌 이유는 모세를 숨긴 기간에 대한 정보를 주기 위함이라기보다 하나님의 계획이 성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인내했음을 의미합니다.

기다림은 고통입니다. 더욱이 깊은 고통의 터널을 힘겹게 통과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믿음은 기다림입니다. 출애굽의 역사는 인내를 품은 여인 요게벳의 믿음을 밑거름 삼아 시작됐습니다. 인내! 그것은 하나님 아버지께서 맺게 하시는 성령의 열매임이 분명합니다.

이성훈 목사(서울 임마누엘성결교회)

◇이성훈 목사는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PhD)에서 구약학 전공 후 성결대학교 대학원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두란노 우리말 성경을 번역했으며 국제 코스타 강사로 해외 유학생들을 섬기며 기독교 방송 매체에서 성경 공부를 인도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 임마누엘성결교회의 담임목사로 지역 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