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신약성서 히브리서에 나오는 “갈라놓기까지”(2:4) “나누어 주심으로써”(4:12)는 고대 그리스어 ‘메리조’(나누다)에서 파생된 명사 ‘메리스모스’(가름, 분배)입니다. 메로스(전체의 한 부분, 나눈 쪽, 나눠 받은 몫)에서 나온 메리조는 갈라지다(마 12:25, 고전 1:13) 나누어 주다(막 6:41, 롬 12:3, 히 7:2) 나누다(눅 12:13) 나뉘어 있다(갈 7:34) 정해주다(고후 10:13)로 번역됐습니다. 영어 성경은 메리조를 디바이드(divide·나누다, 갈라지다)로 번역했습니다. 라틴어 비데레(나누다 분리하다 떼어놓다) 앞에 디스~(dis-·부재 또는 반대, 따로, 떨어져)를 붙인 디비데레(따로 떼어놓다)에서 온 단어입니다.
“사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양쪽으로 날이 선 어떤 칼보다 날카롭습니다. 사람 속을 꿰뚫고 들어가서 혼과 영, 관절과 골수를 가르고 마음속 감정과 생각을 판별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숨겨져 있는 창조물은 없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 눈앞에 알몸으로 꼼짝없이 드러납니다. 우리는 하나님께 해명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거리낌 없이 은혜의 임금 자리로 나아갑시다. 그리하여 한결같은 사랑과 은혜를 받아서 때에 맞는 도움을 얻도록 합시다.”(히 4:12~13,16·새한글성경)
태초에 하나님께서 흑암의 혼돈을 가르셨듯 오늘도 말씀으로 우리를 갈라 고스란히 드러내십니다.
박여라 영문에디터 ya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