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조 규모 뭉칫돈 유입 예상… 금리·조달 비용 인하 효과

입력 2024-10-10 00:16
최상목(오른쪽 두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의미 등을 설명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글로벌 기준에 따라 외환 및 자본시장 개혁을 추진한 것이 WGBI 편입으로 인정받았다”고 평가했다. 최현규 기자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은 한국 국채 위상 상승과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국채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그간 국제 채권시장에서 저평가받으면서 높은 금리가 형성돼 있었다. 은행채와 회사채 등 국내 채권시장 안정화에도 이바지해 자금 조달이 보다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의 WGBI 편입 비중은 2.22% 수준이다. WGBI를 추종하는 자금 규모가 약 2조5000억 달러(약 3360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 중 560억 달러(약 75조3000억원) 수준의 해외 투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한국의 연간 국고채 순발행 규모(83조7000억원)와 맞먹는다.


앞서 WGBI에 편입된 신흥국들도 편입 후 국채 시장에서 외국인(비은행) 비중이 10년 동안 10% 늘었다. 금융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500억~600억 달러가 국내 유입될 경우 0.2~0.6%의 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금리 인하는 정부 조달비용 감소로 이어진다. 정부는 국고채 발행 잔액이 늘어나면서 지난해에만 23조원의 이자비용을 지출했다. 기재부는 연간 1조1000억원의 이자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안정적인 국채 수요를 확보했다는 점도 긍정적 효과다. WGBI는 장기 투자자본이 대다수로 평가된다. 자본 유출입 변동성이 낮다는 의미다. 장기 투자액이 증가할수록 저출산·고령화 등 예산 수요를 충당할 장기 국채 발행이 용이해진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래에 예상하지 못한 재정 지출에도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고채 금리를 기반으로 하는 회사채 금리에도 인하 효과가 반영될 전망이다. 기업의 자금 조달비용이 낮아지는 부수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대출금리 인하 압력으로도 작용해 가계 이자 부담도 어느 정도 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WGBI 편입을 두고 “한국 금융시장 선진화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가 확인됐다”고 평가한다. 당초 시장에선 외환시장 개편 등 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한국 정부의 제도 개선이 불과 두세 달 전에 이뤄져 경험치를 평가하려면 내년 3월에 편입될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채권시장에선 유동성 공급과 시장 대응역량이 굉장히 중요한데, 제도가 정비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부분을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잘 설명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국채 투자를 위한 원화 수요 증가로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도 있어 외환시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권도현 국제금융센터 자본유출입분석부장은 “국고채 투자를 위한 원화 수요가 증가하면서 외환시장 수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외환시장 유동성 증가, 금리 인하 효과 등이 단기간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 채권을 사들이려면 이미 보유하고 있는 타국 채권 물량을 조절해야 하는 등 시간이 필요하다. 공 연구원은 “한국 채권의 WGBI 편입이라는 이벤트와 무관하게 이미 우리나라 채권을 보유하고 있던 펀드들도 있을 것”이라며 “내수로 80조원이 온전히 늘어난다고 하기엔 변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장은현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