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요코하마에서 9일 아시아 최대의 제약·바이오 전시회인 ‘바이오재팬 2024’가 개막했다.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미국의 생물보안법 이슈 때문에 안보전을 방불케 했던 지난 6월 ‘2024 바이오USA’와 달리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다. 바이오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이 중요하고 한국과 일본이 전략적 동반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강조됐다.
11일까지 퍼시피코 요코마하 내셔널 컨벤션홀에서 열리는 바이오재팬에는 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 1480여곳이 참여했다. 한국 기업은 130여곳, 그 외 해외 기업은 400여곳이 참석했다. 일본 기업은 940여곳으로 가장 많았다. 생물보안법의 여파인지 중국 기업의 참여도는 저조했다. 대표적 바이오 기업인 우시바이오로직스 우시앱텍 등 소수 기업의 작은 부스만 보였다.
우에노 히로아키 일본제약공업협회장은 기조 강연에서 글로벌 협업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필수라고 역설했다. 우에노 회장은 “다양한 접근법이 의약품 개발에 적용되면서 일본의 제약시장 성장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글로벌 비즈니스와 연구개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협력사를 찾아 분주히 움직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한미정밀화학, 이엔셀 등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팅룸을 마련했고 존 림 대표가 직접 바이오재팬을 찾았다. 비슷한 기간인 8~10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전시회 ‘CPHI 2024’ 대신 바이오재팬을 방문한 것이다. 생물보안법으로 인한 중국으로부터의 이탈 수요를 잡기 위해서는 바이오 시장 세계 3위이자 지리적으로 접근성이 좋은 일본과의 협업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홍보부스를 마련하고 인천 송도에 짓고 있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공장을 소개했다.
중국 바이오 기업의 빈 자리를 공략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토시오 후지모토 쇼난 아이파크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항체 개발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나라”라면서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 신약 개발을 잘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쇼난 아이파크는 한국 정부와 손잡고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는 바이오 클러스터다.
현재 쇼난 아이파크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을 받는 한국 바이오 스타트업 8곳이 입주해 있다. 이들 기업은 쇼난 아이파크에 입주해있는 다양한 일본 대기업과 제휴, 일본에서 신약 출시를 준비 중이다.
요시아키 츠카모토 일본 바이오협회 전무는 미국 생물보안법의 대(對)중국 규제가 한국과 일본에 기회가 되느냐는 질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협업해서 윈윈하는 관계가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한국 벤처기업에 있는 인재들은 일본보다 해외 경험이 많아 새로운 아이디어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우호적 태도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요코하마=글·사진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