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배를 주로 만들던 중국 조선업계가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최근 중국 내 1·2위 조선사 간 초대형 합병까지 성사되며 국내 조선업계가 집중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 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289만CGT(90척)로 집계됐다. 이 중 중국이 86%에 달하는 248만CGT(65척)를 수주했다. 한국은 34만CGT(14척)를 수주해 12% 비중을 차지했다.
국내 조선업계는 양보다는 질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컨테이너선 같은 저가 수주에서 중국과의 경쟁은 피하고,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수주하겠다는 것이다. 조선업황을 가늠하는 신조선가 지수(새로 만드는 선박의 가격을 반영한 지수)는 지난 2020년 11월 이후 45개월 연속 상승세다. 특히 국내 조선업계의 주력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경우 지난달 1척당 가격이 2억6150만 달러까지 올랐다. 한화로 약 3514억5600만원 수준이다.
반면 중국 조선업계는 지난 10년간 컨테이너선·벌크선 등 저렴한 선박 수주를 싹쓸이하며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특히 철강이 많이 필요한 컨테이너선의 경우 값싼 자국산 철강을 이용해 생산하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 현황을 보면 일본 선사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를 포함해 전부 중국 조선사가 수주했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사가 경계해야 할 대목은 중국이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까지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기술력 문제로 LNG선을 한 척도 만들지 못했던 2020년만 해도 LNG선 수주 점유율은 0%였다. 하지만 2023년에는 이 수치가 20%까지 상승했다. 중국 상무부는 내년까지 전 세계 친환경 선박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서 생산하겠다고 올해 초 발표한 바 있다. 게다가 지난달 말 중국의 1·2위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SC)과 중국선박중공업그룹(CSIC)의 합병도 마무리에 접어들면서 중국 내 고부가가치 선박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LNG선처럼 기술력이 중요한 고부가가치 선박의 경우 국내 조선업이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서도 “중국이 수년간 선박을 제작하고 경험을 쌓으면서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