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보건복지부 관계자와 의대 교수들이 10일 의료 개혁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머리를 맞댄다. 8개월가량 계속된 의·정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다. 대통령실이 공개적으로 의료계와의 대화에 나선 것은 처음이지만 접점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흔들림 없는 의료 개혁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의료계는 의대 증원 백지화 요구를 고수하고 있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대통령실·보건복지부와 함께 1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서울의대 융합관 박희택홀에서 ‘의료 개혁, 어디로 가는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지난 2월 이후 의·정 양측은 다양한 채널로 물밑 대화를 이어왔지만 대통령실이 공식적으로 의료계와의 대화에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의·정 양측 대화가 진전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온다.
토론회에는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 정경실 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 강희경·하은진 서울의대 교수가 패널로 참석한다. 대통령실과 복지부, 서울의대를 대표할 패널들은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 구축 방안-의대 2000명 증원이 왜 필요한가’ ‘의대 교육 정상화 방안’ ‘환자 중심 의료체계 구축 방안’ ‘의료정책 결정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 등 네 가지 주제를 놓고 발표와 토론을 이어간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부와 의료계가 공론의 장에 나와 처음 대화와 토론을 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다만 주제는 증원 폭이 아니라 의료 개혁의 방향과 내용 전반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서울의대 비대위 제안으로 성사됐다. 비대위 관계자는 “한국 의료가 무너지고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는 상황은 정부와 의사 모두 바라지 않는 미래”라며 “다만 정부 의료정책이 현장에서 느끼는 것과 온도차가 크다 보니 서로의 이해를 공유하자는 차원에서 (토론회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토론회가 의·정 갈등을 해소하는 계기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의료계와 정부가 약 8개월간 ‘의대 2000명 증원’에 대한 입장차를 조금이라도 줄이지 못한 만큼 이번 논의도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있다. 의대 정원 증원 의제는 대통령실에서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 관계자는 “정부는 그간 국감 등을 통해 (의대 2000명 증원에 대한) 입장을 수차례 밝혔고 증원 규모에 대해선 아무런 근거를 내놓지 못했다”며 “추가적인 토론의 의미가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이지만 형평성을 위해 (증원 문제를) 토론 의제에 포함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동남아 3개국 순방 중에도 흔들림 없는 의료 개혁 추진 의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싱가포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성장동력을 지키려면 의료체계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 최고의 의료 서비스가 격차와 쏠림으로 지속 가능성을 위협받고 있고, 이것이 제가 의료 개혁을 시작한 핵심적인 이유”라고 밝혔다.
이정헌 기자, 싱가포르=이경원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