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vs 애플 3차 경쟁 무대는 ‘스마트 반지’

입력 2024-10-10 01:41

애플이 2026년까지 스마트 링을 출시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스마트폰과 스마트 워치에 이어 삼성전자와 애플 간 3차 경쟁 무대는 스마트 링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다만 헬스케어에 국한된 기능성과 높은 가격대는 넘어야 할 관문으로 꼽힌다.

9일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시장조사기관 CCS인사이트는 연례 시장전망 보고서에서 애플이 삼성전자의 갤럭시 링에 맞서기 위해 2026년까지 헬스케어에 특화된 스마트 링을 출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 링은 심박수·수면 패턴 등을 분석해 맞춤형 개인 건강관리에 도움을 주는 반지 모형의 전자제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의 스마트 링 개발은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하고 있다. 벤 우드 CCS인사이트 수석연구원은 “팀 쿡이 헬스케어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투자했는지를 생각하면, 스마트 링은 애플에 있어 선택이 아닌 필수제품”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갤럭시 링을 선보이며 출사표를 던졌다. 공식적인 판매량 수치를 밝히고 있지 않지만, 미국·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정식 출시도 하기 전에 초도물량을 완판했다. 삼성전자는 당초 40만대로 계획했던 올해 생산물량을 100만대로 상향했다.

스마트 링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강한 미래 먹거리다. 시장조사기관 비즈니스리서치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2000만 달러(약 269억원)에 불과했던 글로벌 스마트 링 시장은 2032년까지 연평균 28.9%의 성장세를 보이며 2억5000만 달러 수준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 핀란드에서 설립된 스마트 링 선두주자 ‘오우라’의 매출액은 2019년까지만 해도 2970만 달러에 그쳤지만 지난해 2억2500만 달러까지 증가했다.

애플의 스마트 링 개발이 생각보다 늦어지거나 백지화되면 삼성전자가 시장을 보다 쉽게 장악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애플에 정통한 블룸버그통신의 마크 거먼은 “애플은 현재 스마트 링을 개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마트 링이 헬스케어 수요를 겨냥한다는 점에서 애플워치의 시장 파이를 뺏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애플의 참전 여부와 관계없이 스마트 링 대중화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우선 스마트 링의 주요 기능이 헬스케어에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 워치의 경우 시각 표시 기능 외에도 통화·메시지 송수신·앱 구동 등 ‘작은 스마트폰’으로서의 용도가 있지만, 스마트 링은 주요 건강 신호 측정 외에는 자체적인 기능이 부족하다.

높은 가격대도 소비자를 망설이게 한다. 갤럭시 링의 판매가는 399달러고, 오우라 링도 가장 저렴한 제품이 299달러다. 헬스케어에 관심이 덜한 장년층 미만 소비자가 선뜻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 링은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시장 반응을 지켜보는 분위기”라며 “가격을 심리적 저항선 밑으로 낮추고 특화된 기능을 얼마나 제공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