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습니다, ‘킹덤 오브 헤븐 컴 니어’. 하나님이 하십니다, ‘갓 캔’. 예수님이 ‘나 너 몰라’라고 하십니다. ‘아이 돈 노우 유’.”
최근 경남 지역의 한 목사가 설교 단상에서 전한 메시지다. 우리말 반, 영어 반이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목회자는 “여러분이 마음을 다해, ‘하트풀리’ 기도하며 ‘프레이’, 믿음으로, ‘페이스’”라고 했다.
이들이 전한 설교 내용엔 굳이 쓸 이유가 없는 영어 단어와 표현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설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부득이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아니라 설교자가 습관적으로 영어를 사용할 경우 설교 집중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설교자들이 최대한 외국어 사용을 지양하고 웬만하면 우리말로 순화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설교에 등장하는 영어식 표현은 140년이라는 한국의 짧은 선교 역사에도 기인한다. 선교 초기 외국 선교사들이 총회장이나 담임목사를 맡으면서 어쩔 수 없이 영어식 표현이 설교에 많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 초창기 유학파 목회자들도 오랜 외국 생활로 인해 영어를 쉽게 내뱉기도 했다.
현재도 7~8년씩 유학하다 귀국한 목회자들의 ‘영어식 습관’이 노출되기도 한다.
김명실 영남신대 예배학 교수도 9년 가까이 미국에서 공부하다 귀국한 뒤 영어 습관 때문에 초기에 무척 고생했다고 했다. 그는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설교 중 영어를 사용했다는 것만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는 없지만 설교자가 솔선수범해 외국어 사용을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설교란 최소 2000여년 전에 쓰인 생명의 말씀을 바로 지금, 교인들의 언어로 소화해서 전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하는데 설교 중 문득 사용하는 영어 표현과 단어들이 설교의 흐름을 방해하기 마련이다. 영어가 성경의 시대를 대변할 수도 없다”고 꼬집었다.
지나친 외국어 사용 사례는 또 있다. 최근 ‘2025 한국교회 트렌드 키워드 10선’을 발표한 목회데이터연구소는 키워드 10개 모두를 영어로 제시했다. ‘유반젤리즘’(유튜브 활용 신앙생활)과 같은 조어를 비롯해 ‘포텐셜 레이어티’, ‘오소프락시’, ‘솔트리스 처치’, ‘미션 비욘드 트래디션’처럼 제목만 보고서는 바로 이해하기 어려운 영어 표현을 택했다.
이의용 교회문화연구소장은 “성경을 쓸 때 사용한 히브리어나 헬라어 원문을 연구해 이 결과를 설교에 담아 전하는 건 무척 깊이 있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영어 단어를 나열하는 설교는 낯설기 마련”이라면서 “아무리 사회에서 영어 사용이 일반화됐다고 해도 설교는 다양한 수준의 교인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목회자들이 가장 적합한 순우리말 시인과 같은 시선에서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총회나 노회 차원에서 설교에서 사용되는 외국어나 외래어를 순우리말로 순화해 보급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