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의 올해 상반기 해외 은닉재산 발견 금액이 ‘제로(0)’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발견 금액이 전무한 경우는 예보가 2022년 조사 횟수를 기존 연 1회에서 연 2회(상·하반기)로 변경한 이래 처음이다. 조사에서 발견까지의 시차 탓에 상반기 실적이 뒤로 밀린 탓도 있지만 해외에 재산을 은닉한 대상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9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예보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예보의 올 상반기 해외 은닉재산 발견 액수는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은닉재산 발견이 몰리는 걸 감안해도 0이 찍힌 경우는 이례적이다.
기존 한 번이던 조사를 상·하반기 두 번으로 나눠 진행하기 시작한 2022년 상반기에는 30만 달러(하반기 308만2000달러)를 발견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61만8000달러(하반기 84만3000달러)를 찾았다. 해외 은닉재산은 은닉 정황이 파악된 국가에 현지 탐정이나 변호사를 고용해 조사 및 회수를 진행하는데, 지난 5년간(2019~2023년) 86만6000달러를 지출했다. 올해는 8월까지 5만7000달러를 썼다.
예보는 조사 개시 후 발견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올 상반기 실적이 전무한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올 상반기는 4월에 조사를 시작했는데, 7~8월 5만3000달러의 은닉재산을 발견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8월까지 발견한 은닉재산보다 쓴 비용이 더 많은 상황이다.
다만 전반적으로 해외 은닉재산 발견 액수가 줄어드는 추세라는 게 예보의 설명이다. 8월 말 기준 찾은 5만3000달러는 전년 동기 대비 10분의 1 수준이다. 예보는 해외 은닉재산 추적 대상이 1997년 외환위기 사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부실 책임자가 대부분이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숨긴 재산을 가진 대상 자체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예보 관계자는 “부실 책임자 대상 감소로 인해 발견할 해외 은닉재산도 줄어드는 추세”라며 “기존 해외재산조사부도 올해 해외재산조사 태스크포스(TF)로 축소된 상황으로, 발견 조사 업무보다 발견된 금액에 대한 회수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