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한과의 단절 위해 요새화 공사 나선 북한의 무모함

입력 2024-10-10 00:30
경기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 뉴시스

북한이 9일부터 남측과 국경을 완전히 차단하는 요새화 공사를 진행한다고 유엔군사령부에 통보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이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 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가 진행된다”고 밝혔다. 총참모부는 그 이유에 대해 “한국지역에서 매일 같이 감행되는 침략전쟁연습 책동과 ‘정권 종말’을 떠드는 호전광들”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북한이 먼저 한반도 핵전쟁 위협을 하고 잇단 미사일 도발을 강행했음에도 우리 측의 대응 성격적 훈련과 경고를 엉뚱하게 트집잡고 있다. 한마디로 억지 주장이다.

이번 공사는 지난해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못박은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봐야 한다. 북한은 지난 1월에 경의선·동해선 도로에 지뢰를 매설했고 6~7월 동해선과 경의선 철로를 차례로 철거했다. 비무장지대(DMZ) 북측 지역에서 방벽 설치와 지뢰 매설, 불모지 작업 등도 진행하고 있다. 요새화 공사는 두 국가의 분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움직임의 연장선상이다.

하지만 장벽을 쌓는 것 자체가 북한의 고립을 의미하기에 자충수가 될 뿐이다. 합동참모본부가 “실패한 김정은 정권의 불안감에서 비롯된 궁여지책에 불과하며 앞으로 더욱 혹독한 고립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 말이 맞다. 과거 베를린 장벽이 국제 정세 변화와 동독 국민의 의지로 무너진 것처럼 물리적 장애물이 민족의 통합과 자유의 갈망을 없애지 못한다는 것을 북 정권은 알아야 한다. 동시에 DMZ 등에서의 우발 충돌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북한은 미 대선을 앞두고 우라늄 농축 시설을 깜짝 공개하고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최근 도발의 강도를 높여 왔다. 의도적으로 정세의 판을 흔들기 위해 7차 핵실험을 포함해 요새화 공사 도중 국지적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요새화 공사 전날 끝난 최고인민회의 결과도 눈길을 끌었다. 헌법 일부를 개정했지만 정작 김정은이 지시한 영토 조항 반영과 ‘통일’ 표현 삭제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기존의 적대적 두 국가 강조, 요새화 공사 취지와 다소 상충되는 부분인데 이게 어떤 함의를 갖고 있는지 정부는 철저히 분석해야 할 것이다. 마침 9일 열린 한·미·일 북핵 고위급 대표 협의에서 최고인민회의 결과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3국 간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북한의 도발 혹은 위장 전술 모두 동맹의 단합과 철저한 공조를 통해서만 제어할 수 있다는 점 잊지 말기 바란다. 대북 압박 못지 않게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도 중요하다는 점에서라도 혹여나 북한 내 변화 조짐이 있는지 잘 살펴야 할 것이다.